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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날 - 최재환
  • 기사등록 2022-03-31 13:10:51
  • 수정 2022-03-31 13: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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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여지없이 무너졌지만

훈훈한 기별이라도 흘러들까

귓볼 열어놓고 가슴 설렌다

 

돋보기 위에 확대경을 걸쳐도

앞산이 아슴프레 아른거리는 아침,

우편함 속에선 전날 늦게 배달된

우편물의 잠꼬대가 한창이다

 

문패가 없어도

택배기사의 구둣발소리

투박스럽게 다가오는 날

코로나와 백신의 숨바꼭질 얘기로

시장끼 떼우긴 시기상조다

 

장맛 소문은 어디서 흘렸는지

장독대에 까치 한 마리 한가롭고

뒤틀린 세월 손질하시던 할아버지

못 대공 대신 얻어맞은 엄지 감싸쥐고

죄없는 망치만 노려보는데

소나기라도 한 줄기 뿌리려나

예보에 지친 먹장구름

거적 뒤집어쓴 채

빗장 풀린 대문을 기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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