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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문화 들춰보기: 나주 쪽염색 발달 배경이 된 풍부한 조개류와 물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9-27 08: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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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우리나라에서 쪽 염료를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석회류이다. 


쪽 염료르 만들기 위해 쪽식물을 물에 담가 놓았다가 꺼낸 후 이 추출액에 소석회를 넣고 교반하면 인독실(indoxyl)이 공기 산화되어 인디고로 변화되어 목적으로 하는 니람(泥藍)이 생성된다. 


쪽 추출물에 석회를 넣으면 벤젠 1개를 갖는 인독실이 알칼리 조건하에서 공기산화에 의해 벤젠환 2개를 갖는 인디고로 변화된다. 그러므로 이때 투입하는 석회의 품질은 니람의 품질이나 수량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니람 제조 시 석회의 사용은 한정록(閑情錄, 조선 중기 허균의 편저로 중국의 은거자들에 대한 자료와 농사법에 관한 정보를 수록한 교양서이다), 산림경제(山林經濟,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농업과 일상생활에 관한 광범위한 사항을 기술한 소백과 사전)의 기록을 볼 때 17-18세기에는 광회(礦灰)를 사용했으며, 18세기 말에는 해동농서(海東農書, 18세기 후반에 서호수가 편찬한 농서) 등의 기록을 볼 때 광회 대신 합회(蛤灰, 굴껍질을 태워서 만든 석회)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광회(17-18세기)에서 합회(19세기)로의 이행은 재료 구입의 용이성, 공정 과정의 용이성 등에 그 이유가 있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바다를 끼고 있는 곳에서는 조개껍질 등을 이용한 소석회의 이용이 많고, 내륙에 있는 곳에서는 광회의 이용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오키나와현에서는 미군령하에 있었던 시기의 제람(製藍) 사용한 석회는 바다 속에서 산호를 채집하여 이것을 불에 태워 석회로 제조하여 이용하였다. 산호류는 소성(燒成)후에도 원래의 모양을 갖고 있다가 가마에 넣으면 원형이 붕괴된다. 제람에 사용할 때는 제람소에 운반한 후 현장에서 소성 후 고형 상태의 산호생석회에 물을 뿌려 분말로 만들었다. 

 

생석회에 물을 뿌리면 발열반응을 일으키고 곧바로 모양은 붕괴돼 분말화되어 순백색의 소석회로 된다. 이처럼 산호류를 태워서 만든 소석회는 육상의 석회암을 태워서 만든 소석회보다 입자가 가늘고, 인디고 생성에 우수한 효능을 갖는다. 그런데 현재는 바닷속에서 산호류를 채집하는 것은 자연공원법이나 수산자원보호법 등에 의해 금지되어 있으므로 현재는 육상의 석회암을 태워서 만든 소석회(消石灰)를 사용하고 있다.

 

라오스, 캄보디아 같은 내륙에서는 지금도 석회석 산출 광산이 가깝기 때문에 니람을 만들 때 광회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삼면이 바다를 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부터 조개껍질 등이 풍부해 이것을 소석회로 만들어 제람(製藍) 과정에서 사용했다.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조선 후기의 학자 이규경이 쓴 백과사전)’에는 조선과 중국의 유명한 니람 제조지역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데, 모두 큰 강을 끼고 있거나 해안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나주는 영산강 하류 주변과 인근 바다에서 조개나 굴껍질(사진)을 쉽게 구할 수 있었으며, 옹기를 굽는 가마도 곳곳에 있어 조개 및 굴껍질을 가마에 구워 석회를 만들기가 쉬웠다. 

 

영산강 물은 쪽의 추출과 염색한 염색물에서 잿물을 빼기가 좋았다. 쪽을 추출 시는 많은 물이 필요했는데, 샘물의 의존도가 높던 시절에 강물과 많은 지류천은 쪽의 추출에 편리하였다. 쪽물 염색은 추출한 색소의 침전과정에 알칼리 성분인 패각회(貝殼灰)를 사용하고, 쪽 색소의 발효를 위해 pH를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콩대 등을 태워 만든 재를 첨가하게 된다. 

 

염색 후에는 이 알칼리 성분을 제거하지 않으면 직물에 손상이 심해지고 색이 쉽게 탈색되는 등 견뢰도가 낮게 되므로 염색 후 물에 담가 놓고 건조하기를 반복하여 잿물을 빼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쪽물 염색은 염색 후에 잿물을 빼는 데도 많은 물이 필요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영산강을 끼고 있는 나주는 쪽 염색 후 잿물을 빼는 데도 좋은 조건을 갖추었고, 이것이 쪽염색 문화의 발전에 일조했다고 할 수가 있다.

 

참고문헌

김순영. 2008. 농학서를 통해 본 조선후기 남염법의 변천. 한국의류학회지 32(8):1286-1298.

허북구. 2011. 근대 나주의 쪽 문화와 쪽물 염색. 퍼브플랜.

허북구. 2013. 일본 오키나와의 쪽 염색 문화와 산업.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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