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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 “동성애는 사회 악” vs 기독교계 “차별‧혐오 조장 말아야” - 차별금지법, 2007년 첫 발의 후 14년째 제자리…국회 ‘교회 반발 두려워’ …
  • 기사등록 2021-09-17 21:05:34
  • 수정 2021-09-17 21: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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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한 교회의 전광판에 '포괄적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다.[전남인터넷신문/강성금 기자]최근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이 발의되면서 법안 제정에 대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2007년 처음 발의된 후 14년이 지나도록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동성애는 사회의 악’이라며 거세게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사랑과 포용을 실천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 참여연대, 행동하는성소수자인원연대 등 시민단체가 온라인으로 ‘차별금지‧평등법 연내 제정 쟁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민문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헌법에 규정된 평등 가치를 실현해야 할 책무를 가진 국회가 법안을 세 차례나 임기 만료로 폐기하고 두 번이나 철회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박승렬 목사(차별과 혐오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자기들의 주장만 내세우는 특정 종교에 기초해 법이 만들어지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위 내용과 함께 살펴보면, 실제 국회의원들이 일부 개신교계의 눈치를 보느라 해당 법안에 대해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KBS는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익명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입장을 밝힌 의원은 고작 94명뿐이었다. 그 외 무응답인 206명은 ‘성소수자 문제로 반발이 심해 판단이 잘 안 선다’, ‘소신으론 찬성인데 교회 반발이 심해 답변 어렵다’, ‘아는 목사님이 많아 곤란하다’ 등과 같은 이유를 내세워 답변을 거부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반발이 심하기에 국회의원들이 법안 제정에 교회 눈치를 보는 것일까. 올해 6월 YTN라디오에 출현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회 반발로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답했다. 그는 “제정을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계에서 낮밤 가리지 않고 전화와 문자 폭탄을 보내고 지역 사무실이나 국회 정문에서 계속 시위를 한다. 그렇다보니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압박과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반대 활동에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동성애가 반교리적이고 사회의 악’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는 ‘평등법 제정 반대’ 성명서를 통해 “이 법안은 동성애 보호법이고 동성애 반대자 처벌법과 같다. 이는 신앙 양심과 한국 교회의 전통에 어긋나며,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고 언급했다. 또 소강석 목사(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는 ‘차별금지법 반대 기도회’에서 “잘못된 세상 풍조의 중심에 동성애가 자리 잡고 있다. 교회는 잘못된 흐름을 막고 좋은 흐름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들이 교리를 내세워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며 비판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승환 목사(도시공동체연구소)는 뉴스앤조이 인터뷰에서 교회가 내부 응집력 강화를 위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자체적으로 응집할 수 있는 기제가 부족해지자 신앙의 이름으로 배제할 수 있는 ‘동성애’, ‘종북’, ‘차별금지법’ 등 외부 요인을 끌어왔다”며 “교회가 표적을 찾고 집단의 힘으로 배제 논리를 작동시킨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9일 온라인 포럼 ‘세상을 바꾸는 여름’에서 박한희 변호사(희망을 만드는 법)는 “사회에서는 성소수자를 혐오‧차별해선 안 된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는데 오히려 교회가 교리를 근거해 사회법과 동떨어진 규정을 만들고 강제한다”면서 “종립대학 내 차별규정 역시 교회 내부의 정치적 입장이나 혐오‧차별의 논리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진선 수녀(성가소비녀회)는 “소수의 사람들을 성소수자로 분류하고 낙인찍어 차별하는 것은 폭력적이며 하느님에 대한 배신”이라며 “차별금지법을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외쳤어야 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다름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는 세상이 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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