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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문화 들춰보기: 나주에서 쪽 염색 주체의 성별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9-15 08: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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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중국 윈난성(雲南省, Yunnan)의 야오족(瑶族, 요족)은 쪽 염색과 떼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쪽염색과 관련이 깊은 민족이다. 


특히 윈난성 동부 하구 야오족 자치현에 집거해 살고 있는 야오족은 쪽야오(蓝靛瑶族, Landian Yao)라고 불릴 정도로 쪽 염색은 그들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지금도 쪽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야오족은 쪽염료를 만드는 것은 남성의 일이고, 천에 쪽을 염색하는 것은 여성의 일로 철저히 구분되어 있다.

 

쪽염색에 관한 일은 야오족처럼 크게 쪽 염료를 만드는 일과 쪽 염색을 하는 것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국가와 민족에 따라 쪽 염료의 제조와 염색의 주체가 남녀로 명확하게 구별되어 행해진 곳들이 많다.

 

나주에서는 쪽 재배, 제람 및 염색의 주체는 전업 여부와 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여성이 주체인 경우가 많았다. 1968년에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에서 나주시 문평면 쪽물의 기능보유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쪽물의 기능보유자인 최초동(여)은 1886년생으로 40세(1927년)되던 때까지, 이안순(여)은 1899년생으로 50세(1950)까지 쪽물을 염색했으며, 김기홍(남)은 1914년생인데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도와 17-18세(1930년대 초중반)까지 쪽물 염색을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는 여성들이 쪽물 염색의 주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1940-1950년대 나주에서 쪽염료 제조와 염색은 규모가 큰 곳의 경우 여러 제보내용을 감안할 때 주로 남성들이 쪽 재배와 제람까지를 맡아 했고, 염색은 여성들이 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2009년 8월 28일 나주 문평면 북동리 지산마을 정자나무 아래에서 인터뷰한 이0임 씨(당시 78세)에 의하면 “이 마을(문평면 북동리 지산마을)의 반괴 어르신 댁에서는 일꾼들을 데리고 어르신이 직접 쪽을 재배하고 염색을 하였다”라고 해 쪽염료의 제조와 염색 주체는 남성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곳이나 자가용으로 쪽을 재배하고 염색했던 곳들은 주로 여성들이 했다. 2011년 10월 2일 한국천연염색박물관에서 인터뷰한 정0례 씨(당시 88세)에 의하면 “어머니가 머슴들과 함께 쪽 농사를 지어 쪽물을 만들었고, 염색은 어머니가 직접하였다”라고 했다. 

 

2011년 10월 2일 봉황면 송길리 진목동에서 인터뷰한 홍0희 씨(당시 70세)는 “남자들이 쪽을 베어다 주면 나머지는 여자들이 알아서 추출하고 염색까지 했다”라고 했다. 2011년 10월 2일 나주 봉황면 용전리 지동마을에서 인터뷰한 김0자 씨(당시 85세)는 “쪽은 추출하는 과정에서 냄새가 많이 나고, 염색까지 하는 데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는 천한 일이기 때문에 이곳(봉황면 용전리 지동마을)에서는 남자들이 할 일이 아니라고 해서 여성들만이 했다”라고 했다. 

 

 2011년 10월 2일 나주 봉황면 용전리 지동마을에서 인터뷰한 홍0순 씨(당시 79세)는 “이 마을(봉황면 용전리 지동마을)에서는 집집마다 쪽을 조금씩 심어 여자들이 가꾸고, 추출하고, 염색까지 했어요. 어떤 집들은 남자들이 도와주기도 했겠지만 대부분 여자들이 했어요”라고 했다.

 

2011년 10월 9일 공산면 금곡리 대한노인회공산분회 경로당에서 인터뷰 한 이0진 씨(당시 76세)는 “쪽물 염색은 여자들이 하는 것이므로 남자들은 잘 모른다”라고 했다. 

 

이와 같은 증언에서처럼 1940년대에 나주에서 쪽 일은 수확과 제람과정에 남성들이 어느 정도 관여를 하기는 했어도 그 주체는 여성들이 많았다. 쪽 염색은 염료를 만드는 일도 힘들지만 염색또한 힘이 많이 소요된 데도 이 시기에 쪽 염색의 주체로 여성들이 많았다는 점은 규모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의 쪽 문화를 보면 쪽 염색의 주체 성별은 금기문화와도 관련이 있으나 대체적으로 천연 쪽염색 문화의 쇠퇴와 함께 경제적인 측면에서 규모가 작아지면서 그 주체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화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즉, 나주에서도 쪽염색 문화의 쇠퇴기에는 남성들은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종사하고, 쪽 염색은 부가가치가 낮아 여성들의 일로 전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 문헌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68. 중요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제48호; 나주의 샛골무명과 쪽물.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허북구. 2011. 근대 나주의 쪽 문화와 쪽물 염색. 퍼브플랜.

Shan Li, Anthony B. Cunningham, Ruyan Fan & Yuhua Wang. 2019. Identity blues: the ethnobotany of the indigo dyeing by Landian Yao (Iu Mien) in Yunnan, Southwest China. Journal of Ethnobiology and Ethnomedicine volume 15(1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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