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나주 문화 들춰보기: 나주의 쪽염료, 나주식 반물법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9-14 08:20:17
기사수정

쪽 추출물[전남인터넷신문]쪽 염료로 염색하려면 환원이 되어 수용성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쪽염료의 제조와 환원법은 쪽 색소를 추출한 후 석회를 넣어 교반하여 쪽 색소를 침전시킨 다음 윗물을 따라 내고 니람(泥藍)을 만든다. 


그리고 그 니람을 잿물에 넣고 푼 다음 발효 환원을 시켜서 염색에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니람을 만드는 과정 없이 쪽염액을 만들어서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신선한 쪽 잎 또는 쪽을 항아리에 담아 물을 붓고 뜨지 않도록 돌로 눌러 색소를 추출한 후 색소가 추출되면 쪽잎이나 쪽 대를 건져내거나 추출물을 다른 그릇에 옮겨서 여회(藜灰:명아주 잿물)를 붓고 푸른색 거품이 일 때까지 젓는다. 그리고 그 추출물이 발효 환원되면 염색에 이용했다. 이 방법은 반물법 또는 잿물발효법이라 한다. 

 

반물염색법은 석회를 사용하지 않고 잿물만을 넣어 발효시켜서 염색하므로 잿물 발효염색법이라고도 한다. 반물법은 쪽 색소를 추출한 후 이것을 곧바로 발효시켜 염색에 활용할 수 있으므로 염액의 제조시간을 단축시킬 수가 있는 이점이 있다. 또 쪽의 추출물에는 다양한 성분과 더불어 기능성 물질이 있는데, 니람으로 제조 시는 침전물 외에는 버리므로 유용물질이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반물법은 추출물을 염료로 활용하기 때문에 기능성 물질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반물법은 이와 같은 이점이 있는 반면에 염액의 농도가 다소 옅고, 신선한 쪽의 수확기로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다. 니람의 경우 염액의 제조 시는 니람과 물의 비율에 따라 염액의 농도가 다소 달라질 수 있다. 반면에 반물법은 신선한 쪽을 물에 담가서 색소가 추출된 물을 모두 이용하기 때문에 색소의 농도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반물법을 이용할 때는 주로 쪽의 잎사귀만 따서 이용한다. 쪽의 색소는 대부분 잎에 있으므로 줄기를 제거하고 잎만을 물에 넣어 추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잎을 따는 데 노동력이 필요하나 잎만을 사용하면 그만큼 색소의 농도를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물법의 역사는 오래되어 조선 시대 문헌인 규합총서(閨閤叢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산가요록(山家要錄) 등에 반물법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규합총서에 의하면 반물의 장점으로는 빛깔이 고운 점을, 단점으로는 쪽잎의 수확이 가능한 계절에 제한된다는 점을 들었다.

 

임원경제지에는 반물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 내용에는 ① 연한 쪽 잎을 따서 깨끗이 씻음, 항아리에 넣고 물 붓기, ② 3일 후 찌꺼기 걸러 냄, ③ 다시 쪽 잎 넣고 물을 부어 둠, ④ 3일 후 찌꺼기 걸러냄, ⑤ 쑥잿물을 넣고 3일간 휘저음, ⑥ 1일 후 심청색에 적색이 들면 염색, 8회 염색이 있다. 이 내용 중에 특징적인 것은 물에 쪽잎을 담갔다가 건재 내고 다시 쪽잎을 넣는 방법이다. 쪽 추출물의 농도를 진하게 하기 위해서 했던 방법으로 추정된다.

 

쪽의 반물법은 과거 나주에서도 행해졌다. 나주시 세지면 오복리에서 태어나 자란 정0여 씨(2009년 11월 11일 영산동 용산 주공아파트 자택에서 인터뷰, 인터뷰 당시 77세)는 소학교(초등학교) 시절에 부모님께서 집에서 사용할 것만 쪽 염색을 하였는 데, 염색한 것은 그다지 예쁘지 않았다고 하였다. 

 

쪽 염액은 ① 항아리에 잎과 줄기가 있는 쪽 식물체를 넣고 물을 부은 다음 2-3일 정도 추출했다(사진). ② 쪽대를 건져 낸 다음 신선한 쪽 식물체를 담가서 2-3일 정도 염료를 추출했다. ③ 신선한 쪽을 세번 가량 담갔다 꺼낸 물에 짚을 태워서 만든 재로 만든 잿물을 넣고 당그래로 매일 저어 주면서 발효를 시켰다. ④ 발효를 시킨 후 마당에서 널벅지를 이용해서 염색했다.

 

나주에서 행해진 이 반물법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소개된 것처럼 쪽을 담가 추출한 물에 신선한 쪽을 다시 넣어서 추출했다는 점에는 유사하나 임원경제지에는 잎만을 따서 염료를 제조했으며, 나주에서 행해진 방법은 식물체를 항아리에 넣고 물을 부어 추출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나주에서 행해진 반물법에 의한 쪽염의 제조 방식은 나주식 반물법이라 할 수가 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31014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지리산국립공원, 천연기념물 화엄사 화엄매 만개
  •  기사 이미지 백양사 고불매 선홍빛 꽃망울 터트려, 만개 임박!
  •  기사 이미지 눈부신 구례 산수화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