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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서 쪽의 추출과 발효 환원시 금기 문화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9-11 08: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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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금기(禁忌)는 마음에 꺼려서 하지 않거나 피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속신앙적인 관념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을 가려 그것을 하지 않도록 하거나 하지 않게 지키는 일이 전승되면서 행위관습 문화가 정착했다. 


대표적인 것이 결혼 날짜를 잡아놓았거나 임신을 한 사람 등은 조(弔)사나 좋지 않은 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 삼가는 풍습이다. 

 

쪽의 추출과 발효 환원 과정에서도 이러한 금기 문화는 국내외에 존재했었다. 외국의 경우 윈난성(雲南省, Yunnan)의 야오족(瑶族, 요족)의 쪽 염색 날짜에 대한 금기사항이다. 윈난성의 야오족(瑶族, 요족)은 약 18만명 정도이다. 이는 중국 전체 야오의 약 8.2%에 해당한다. 

 

윈난성 야족들은 동부 하구 야오족 자치현에 집거해 살고 있는데, 쪽야오(蓝靛瑶族, Landian Yao)라고 불릴 정도로 쪽 염색은 그들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야오족들 사이에서 쪽 염색은 여성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염색 시기는 음력으로 6월에서 10월 사이의 염소 날에만 한다. 염소 날에만 염색하는 것은 환경조건, 기후변화 등과 관련이 없고, 염소가 검은색인 것과 관련이 있다. 

 

야오족들에게 있어 검은색은 부의 상징으로 선호되며, 염소 날에 쪽 염색을 하면 염소의 색처럼 검은색의 염색이 용이하다는 믿음 때문에 염소의 날이 아닌 날에는 염색하지 않는 금기 문화가 생겼다. 

 

그런데, 12방위에 따라 다른 동물 얼굴과 사람 몸을 취하는 12종류의 신(神). 즉, 십이신장(十二神將) 또는 십이신왕(十二神王)에서 염소는 없다. 염소가 없는데 염소의 날에 쪽 염색을 하는 것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양을 기르지 못함에 따라 민간에서 양띠를 익숙한 ‘염소 띠’라고 부르기도 했던 것처럼 위난성 야오족도 양을 검은색의 염소로 치환해 양의 날(12지의 제8위인 미일)을 염소의 날이라고 한데서 유래된 것이다.

 

쪽 염색과 관련된 금기 문화는 인도네시아에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는 텐게난(Tenganan) 지역에서는 마을 내에서 쪽 염색을 금기하는 문화가 있었다. 쪽 염색에는 특별히 요구되는 비밀이 있고, 그것은 특정의 후계자에게만 전승되어야 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남자들과 생리 중인 여성은 쪽 염액이 있는 곳에 접근해서는 안 되었다. 부정을 타서 쪽 염료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쪽 염료 제조 및 염색과 관련된 이러한 금기 문화는 과거 나주에서도 있었다. 가장 일반적인 금기 사항은 상가 출입 금지였다. 이외에 쪽 염료를 만드는 시기에는 부부관계 금지, 산모나 출산자의 방문, 상주나 문상객의 방문, 아침 일찍 여자 손님의 방문, 평소 사이가 불편한 사람의 방문을 금지하는 문화가 있었다.

 

2009년 8월 28일 문평면 북동리 지산마을앞 당산나무 아래에서 만난 이산임 씨(당시 78세)는 “남편이 지산마을의 반괴 어르신이라는 집에서 쪽 일을 도왔는데, ‘초상집을 드나드는 것은 사물스러워 물색이 안 나오거나 변한다고 해서 왕래를 하지 못하게 했다. 여름철 쪽 작업을 할 때는 부부관계도 맺지 않았다. 부부관계를 하면 쪽 색이 제대로 안 나오고 물색이 변한다고 해서였다.”라고 했다. 

 

나주에서 쪽 염료의 추출과 제조 시에 이러한 금기문화가 존재했던 것은 쪽 염료의 제조와 이용이 많았다는 점과 비중이 컸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쪽 염액의 발효 환원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고난이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환경에 따른 변동성이 커서 주의한 데에 따른 것이다(사진). 

 

오늘날에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쪽의 발효 환원 원리가 구명되어 있고, 그 원리에 의해 쪽의 발효 환원을 하고 있으므로 과거의 금기문화는 옛날얘기가 되었다. 시대가 변해 나주에서 쪽염료의 제조 시 지켜졌던 금기문화는 사라졌으나 쪽 문화와 관련된 나주의 전통문화자원 콘텐츠로서는 그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참고문헌

정관채. 2000. 한국 전통 남염색의 현대적 이용방법. 효성가톨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허북구. 2011. 근대 나주의 쪽 문화와 쪽물 염색. 퍼브플랜.

Shan Li, Anthony B. Cunningham, Ruyan Fan & Yuhua Wang. 2019. Identity blues: the ethnobotany of the indigo dyeing by Landian Yao (Iu Mien) in Yunnan, Southwest China. Journal of Ethnobiology and Ethnomedicinevolume 15, Article numb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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