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호박만 한 나주배 아리랑과 스토리텔링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9-08 08:20:05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추석을 앞두고 나주배 출하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과와 함께 차례상에 오르는 명절 필수 성수품인 배의 이용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그 이용 역사만큼 과거 신문 기사에서 추석이면 빠지지 않았던 것이 배이다. 


그래서 과거의 배 출하 등의 실태를 알아보고자 옛 신문을 검색하다가 나주배‘아리랑’을 만났다.

 

‘아리랑’ 배에 관한 가장 최근의 기사는 1967년 9월 9일에 발행된 매일경제‘배’라는 기사이다. 이 기사에는“청과물 시장 한 가게에서만 배가 하루에 5백 상자 이상씩 팔려나간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배는 전남 나주(羅州)산의 ‘아리랑’과 ‘이마무라’를 제일급으로 치고, 태릉(泰陵)의 먹골배와 평택(平澤) 성환배를 2급으로 한다.”라고 서술되어 있다.

 

그 이전의 기사는 1952년 12월 26일자의 동아일보‘나주배 다시 해외로 이천상자 태국으로 수출’이다. “서남태평양 각국 시장에서 귀염받던 유명한 ‘나주배’가 또다시 남방으로 수출을 보게 되었다. 나주 특산품 ‘아리랑’ 배 이천 상자가 태국 수도 방콕에 수출되었다고 한다.”라는 내용이다.

 

1952년 9월 10일자 동아일보‘피해 무려 60여억’이라는 기사에는 “국내 유일한 명산물로 멀리 해외에까지 진출하여 그 성가자가 못 높은 나주지구의 유일한 생산물인 ‘나주배(아리랑)’는 지난 4일부터 8일간에 걸쳐 일대 퐁풍우의 강습으로 나주 일대의 과수원은 여지없이 유린 될 대로 유린되어 과원 총피해만 하더라도 약 오십여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 세 개의 기사에서는 나주배 ‘아리랑’이 나오는데, 아리랑이 품종명인지 브랜드인지 분명치 않은데 1939년에 발행된 두 개의 기사에는 ‘아리랑’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연유에 대해 소개되어 있다.

 

1939년 11월 10일에 발행된 동아일보 ‘나주명산이 아리랑 풍작’이라는 기사에는 “겨울 미각의 왕자를 점령하고 잇는 나주명산이(羅州名産梨)는 금년에 대풍작인데다가 일개의 중량이 五百餘匁(오백여문)로서 그 주위가 一尺六寸五分(일척육촌오분)이며, 高(고)가 五寸五分(오촌오분)으로서 누가 보든지 호박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만큼 宏壯(굉장)히 碩大(석대)한 것이 생산되여서 사람의 이목을 놀래게하고 잇다는바 그 이름은 아리랑이라고 한다. ...중략...

 

아리랑이라는 梨(이)는 그 생김생김이 奇妙(기묘)할분외라 보통 일개의 중량이 二三百匁(이삼백문)일뿐더러 甘味(감미)가 다른 梨(이)에 비하야 越等(월등)다하고 하여 朝鮮內地(조선내지)는 물론 멀리 滿洲地(만주지)에도 대량수출을 하고 잇는 현상이라는 바 금년에는 齊藤果樹園(제등과수원)에서 前記(전기)한바와 如(여)히 王梨(왕이)가 생산되엿다는바 조선에서는 물론 日本內地(일본내지)에서도 처음보는 왕배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 아리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이야기를 듣건대 東京大阪(동경대판)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과실도매상인 千匹屋主人(천필옥주인)이 작년에 羅州梨(나주이)는 日本內地(일본내지)의 그것에 비하야 그 품질이 월등하오니 金村秋(금촌추)라는 이름을 가지고 잇는 것은  羅州梨(나주이) 실물에 대하여 辱(욕)된다고 하겟으니 獨特(독특)한 命名(명명)이 필요하다고 하야 아리랑이라고 命名(명명)하엿다고 한다.”라는 내용이다.

 

1939년 11월 8일자 조선일보의‘호박 아닌 이 배!’라는 기사에는 “배의 중량은 오백십이옴메로 보통 시장에서 보는 큰 배가 일백몸메 내외라하며 그 주의는 일척유촌오분이고 고(高)가 오촌오분인바 배이름은 보래 금촌추(金村秋)라는 것이엇스나 그종자가 나주에 와서 맛도 달타지고 특이 크게되어 동경천익옥(東京千疋屋)의 주인이 아리랑으로 명명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도농무꽈 과원전문 장곡천기수(長谷川技手)는 다음과 가치 말한다. 그방면에 오래 관게를 하고 잇는 관게상 어려가지 배를 만히 보앗으나 복항경산조지 리리하는 배라거나 고지현산 금촌이라는 배라거나 큰것도 만히 보앗는데 저리케 큰 배는 처음이니 일본 제일이 아닐까 합니다 운운”이라는 내용이 있다.

 

위의 기사를 보면 나주배 아리랑은 나주배의 브랜드(brand)이다. 나주배를 식별하는 데 사용된 명칭인 아리랑의 명명 이면에는 크고 맛있는 배가 있다. 지금은 ‘아리랑’을 쓰지 않으나 그 유래가 나주배의 우수한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스토리텔링의 자원적 가치는 매우 높다.

 

전남의 농산물 중에서는 아리랑처럼 현재는 사용되지 않으나 과거의 신문 기사나 전설,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도 우수한 스토리텔링 자원이 많다. 이것을 찾고, 현시대에 맞게 활용해 지역 특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해 소비 촉진으로 이어지게 했으면 한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30967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지리산국립공원, 천연기념물 화엄사 화엄매 만개
  •  기사 이미지 백양사 고불매 선홍빛 꽃망울 터트려, 만개 임박!
  •  기사 이미지 눈부신 구례 산수화
})(jQuery)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