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음력 오월을 앞두고 무성하게 핀 찔레꽃이 지고 있다. 일 년 열두 달 사연 없는 달이 없겠지만 특히 찔레꽃이 피는 오월에는 다양한 사연이 있어 그 상징적 의미가 크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라는 도종환 시인의 시 ‘오월의 편지’ 한 구절처럼 나주에서 오월에 피는 찔레꽃은 예사롭지 않다.
과거 나주에서 찔레꽃은 단오의 꽃이었다. 단오가 되면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건강을 위해 찔레가시에 찔러가면서 찔레꽃을 딴 다음 떡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였었다.
필자는 2015년에 나주에서 태어나서 자란 60세 이상의 여성 103명(60대 11명, 70대 33명, 80대 47명, 90대 12명)을 대상으로 과거 단오 때 이용되었던 찔레꽃떡 문화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60대는 모두 모른다고 응답했다. 70대는 30.3%, 80대는 63.8%, 90대는 66.7%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단오 때 찔레꽃떡을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70대의 경우 18.2%, 80대는 46.8%, 90대는 58.4%였다. 찔레꽃떡 제조 경험이 있는 사람은 70대는 9.0%, 80대는 21.3%, 90대는 41.7%였다.
나주에서 오월 단오 때 어머니들이 찔레꽃떡을 만들었던 이유는 자식들의 건강 기원이었다. “찔레꽃떡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밥 잘 먹으라고 먹이는 등 일종의 부적처럼 이용되었다”(방0임, 1937. 2017년 5월 5일 봉황면 신정1구 마을). “단오 때 찔레꽃떡을 먹을 때는 약 먹는다고 했는데, 찔레꽃떡을 먹으면 여름철에 더위를 안 먹는다고 했다”(정0숙, 1935. 2015년 6월 12일에 나주시 다시면 백동마을회관).
“단오 때 아이들에게 찔레꽃떡을 먹이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으며, 아프지 않는다고 했다”(전0순. 1938, 2017년 5월 5일 왕곡면 신원리 마을 회관). “옛날에는 홍역도 손님으로 보고 작은 시루(손님 시루라고도 했다)에 찔레꽃떡을 해서 아이들에게 먹이면 홍역 등도 금방 물러난다고 했다.”(김0순, 1929. 2017년 5월 5일 다도면 내동리).
나주에서는 아이들에게 찔레꽃떡을 만들어 먹이면 아프지 않는다고 해서 이처럼 찔레꽃떡을 해먹는 문화가 있었으나 꽃의 채취는 쉽지가 않았다. “찔레꽃을 한나절 내내 따도 얼마 되지 않았고, 찔레나무 가시에 찔리곤 했는데, 아이들에게 좋다고 1960년대 말까지 찔레꽃떡을 해서 아이들에게 먹였다”(김0례, 1936. 2017년 5월 5일 봉황면 신정1구 마을).
어떤 가정에서는 “할머니가 이것 먹으면 약이 된다고 해서 가족 모두에게 찔레꽃떡을 조금씩 떼어 주었다”(이0자, 1936. 2016년 4월 3일에 나주시 남평읍 대교리)는 이야기처럼 가족 모두가 먹기도 했다.
가시를 헤집고 찔레꽃을 따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단오 때 찔레꽃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단오 때 찔레꽃이 많이 피는 해가 있는가 하면 어느 해는 단오 전에 찔레꽃이 피었다 져버리기도 했다. 그런 해에는 찔레꽃을 미리 따서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단오 때 이용하기도 하는 등 어머니들은 찔레꽃떡에 정성을 담았고, 그것은 자식 사랑의 징표였다.
지금은 꽃을 따는 사람이 없고, 나주 찔레꽃떡 문화를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가운데, 나주 곳곳에는 매년 오월이 되면 찔레꽃이 하얗게 핀다. 무성하게 피었다 지는 찔레꽃을 보면서 나주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주찔레꽃떡 문화유산을 시대에 맞게 계승 발전 시켰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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