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김상봉 기자]장흥의 특산물 가운데 청태전이 있다. 청태전의 뜻은 ‘푸른 이끼가 낀 동전 모양 차’로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그 맛과 향이 뛰어난 장흥의 명물이다.
청태전은 삼국시대부터 1000여 년을 이어 온 전통 발효차로, 찻잎을 쪄서 동그랗게 빚은 다음 가운데 구멍을 뚫어 말린 모양이 동전과 같아서 ‘전차’, ‘돈차’라고도 불렸다. 혹은 절구에 찧어 틀을 찍어내서 ‘떡차’라고도 했다.
그 유래는 세종실록지리지, 경세유표, 동국여지승람 등에서 “신라시대에 보림사에서 청태전이 처음으로 재배됐다”는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전국 19개소의 다소(茶所, 차를 생산하는 곳) 중 13개소가 장흥에 존재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를 통해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장흥이 차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흥 일대는 제반 자연적 입지 조건이 다전 분포에 적합해 양질의 차가 생산된다. 차 자생지로 가장 많은 자생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차 분포와 재배의 적지로서 일찍부터 차 산업이 정착한 곳이다.
이러한 천혜의 환경인 장흥에서 만들어진 청태전은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존재해 온 유일한 세계적인 차이다. 그 전통성을 인정받아 오늘날 한·중·일의 차문화 및 제다 발달사의 역사적 근간이 되고 있다.
이렇듯 깊은 내력을 지닌 청태전은 그 맛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신비롭다. 청태전을 잘 말려서 항아리에 넣고 1년간 숙성한 다음 차로 마시면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 속을 따뜻하게 데워 준다. 장흥에서는 약이 귀하던 시절 아이가 아플 때면 할머니가 약 대신 청태전을 끓여 줬다 하여 ‘약차’로도 통한다.
청태전은 장흥 곳곳의 야생 차밭에서 채취되며 주 생산 지역은 장흥읍(행원리 소나무숲 일대 10ha), 관산읍(천관산 자락 30ha), 유치면(가지산 비자나무숲 일대 40ha), 부산면(관한마을 대나무밭 주변 20ha)이다. 생산용 야생 차밭은 283ha이고, 이중 100ha 정도에서 찻잎을 채취한다. 동메등, 평지등, 인당골, 부두골, 음야골, 비자나무골, 작은새동, 돈목골 등에 야생 차밭이 분포되어 있다.
4월부터 5월까지 활발하게 찻잎을 채취하며, 채취된 찻잎은 실내에서 하루 동안 말린 뒤 쪄낸 다음 절구에 빻는다. 이후 모양을 잡아 1차 건조를 하고, 구멍을 뚫어 묶은 뒤 2차 건조를 해 총 6개월 이상 숙성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가 아는 청태전이 만들어진다.
장흥에는 청태전을 시음할 수 있는 여러 개의 다원이 존재한다. 현재 청태전의 시음과 판매를 진행하는 다원은 △장흥다원 △다소원 △보림다원 △여암다원 △장흥청다원 △청태전연구소 △천관다원 △평화다원 △성림다원 △수인산다원 △설송다원 등이 있다.
이중 장흥다원과 평화다원에서는 청태전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청태전 만들기를 비롯해 차나무 화분 만들기, 다도, 치유농업체험, 차 명상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구비되어 있다. 체험을 원할 경우 (☎ 061-863-8758)로 전화해 예약하면 된다.
이밖에도 장흥은 다류 전문가 양성, 청태전 표준 제다 실습, 청태전 품질 평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태전 명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장흥 차의 전통과 역사적 명성을 회복해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최근 소비량이 늘고 있는 발효차 시장을 장흥 청태전으로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장흥은 청태전 복원과 상품화 등에 노력해 2008년과 2014년 세계녹차컨테스트에서 최고금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에는 이태리 투린시에서 전통 종자와 음식을 보존하고자 추진된 맛의 방주 프로젝트에서 ‘돈차’라는 이름으로 등재됐다. 이후 2014년 ‘슬로푸드 프레시디아(Presidia)’에 선정되어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2018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2호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뤄 대내외로 그 가치를 입증했다.
정종순 장흥군수는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발효차 시장을 겨냥하여 청태전의 진가를 인증해 보이겠다”며 “청태전에 보이차와 같은 속성 발효 기법 등을 도입해 청태전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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