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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봄동과 꽃밥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4-12 07: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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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봄은 남도에서 시작된다. 남도에서 시작되는 봄의 징후는 봄동이다. 봄동이라 함은 “겨울에 파종하여 봄에 수확하는 배추로 잎이 꽉 찬 일반 배추와 달리 잎이 옆으로 퍼져 있는 것”이라는 뜻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그렇게 사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봄동 배추는 일반 배추보다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배추가 겨울을 넘기기 위해 당을 축적해 놓았기 때문에 달고, 아삭거림이 강하다. 봄동은 달고, 노지채소가 귀한 시기여서 소비 시장이 존재하며, 판매 목적으로 봄동을 생산하는 산지가 형성되어 있다.

 

봄동은 단일품목으로 산지가 형성되어 있을 만큼 생산과 소비가 많고, 봄에 생산되는 배추라는 점에서 봄동보다는 봄배추라고 부르는 것이 뜻 전달이 명확할 것인데, 왜 애매한 의미의 봄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일까?

 

봄동은 ‘봄+동’이라는 말로 구성되어 있다. 봄은 겨울과 여름 사이의 계절로 1년을 4계절로 나눌 때 첫 번째 계절이다. 천문학적으로는 춘분부터 하지까지가 봄이며, 기상학적인 봄은 3, 4, 5월이다. 동은 우리 옛말에서‘동이 트다’에서처럼 동쪽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오행설에 입각한 절기에서 봄은 동쪽의 방위다.‘동이 트다’에서‘트다’는 자동사로 식물에서는 식물의 싹이, 움, 순 따위가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봄동은 봄에 식물의 싹, 움, 순 따위가 벌어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의 줄임말일 수도 있다.

 

‘봄동’에서 동은 이처럼 옛말에서 동쪽과 봄을 나타내기도 하나 남도의 어르신들 사이에서 ‘동’은 농사와 관련해 추대(抽薹, bolting)를 가리키는 말로 많이 사용된다. “보리떡을 할 때 보리는 동이 오르기 전에 베어야 피해가 없는데, 어떨 때는 동이 오른 것도 베어다가 해 먹었다”(이0자. 1936년생. 2016년 3월 31일에 나주시 남평읍 대교리에서 인터뷰)라고 한 것처럼 추대를 가리킨다.

 

추대는 식물이 영양생장 단계에서 생식생장 단계로 전환되면서 형성되는 꽃줄기를 말한다. 보통 꽃눈을 형성한 후에 일어나므로, 꽃눈이 이미 형성된 것을 뜻하지만 때로는 꽃눈 형성이 없어도 나오는 경우가 있다. 결과적으로‘봄동’은 봄에 추대가 된 식물을 가리키지만 월동한 배추의 식용이 많아지면서 봄철에 이것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봄동은 추대(抽薹)를 가리킨다고 할 때 식용 부위에는 꽃눈이 포함된다. 꽃눈이 식용되는 대표적인 채소에는 브로콜리(broccoli)가 있다. 배추처럼 십자화가 식물인 브로콜리의 식용 부위는 높이 50cm 이상 길게 자란 가지 끝에 매달린 지름 15cm 내외의 작은 꽃 뭉치다. 유채 중에도 꽃눈을 식용목적으로 육성한 것이 있다. 유채 역시 십자화과 식물로 배추, 무와 함께 봄에 꽃을 피워서 봄을 채색하는 식물이다.

 

따뜻해서 겨울 배추 재배가 많고, 따뜻해서 봄이 빨리 찾아오는 남도에는 배추, 무, 유채의 꽃 소식도 빠르다. 이들 꽃은 다른 지역보다 빨리 피고, 식용할 수 있어 샐러드, 꽃비빔밥용 등 상품화가 쉽고, 이용이 쉬운 점 소득작물 및 관광용으로 활용 가치가 높지만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배추꽃, 유채꽃으로 꽃비빕밥을 만들어 먹어 보면 인기 음식, 관광상품이 먼 곳에 있지 않음을 할 수가 있다. 내년 봄에는 남도의 봄동, 즉 남도의 십자화과 채소의 꽃을 활용한 꽃밥 등을 상품화하고, 이벤트를 개최해서 소득을 올리고, 보다 많은 상춘객들에게 남도의 봄을 선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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