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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백합 유래와 특산작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4-02 08:54:10
  • 수정 2021-04-02 22: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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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부활절을 앞두고 있다. 십자가에서 처형 된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는 부활절과 관련이 있는 농산물에는 달걀 등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나리(백합)이다. 백합은 성경에서 은유적 표현으로 자주 등장한다. 성경에서 백합은 누가복음과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이 제자들과 걷다가 “들에 핀 백합화를 보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성경 곳곳에 등장하는 백합(눅 12:27, 마 6:28, 사 35:1, 아 2:1, 왕상 7:19, 호 14:5)은 그리스도의 상징보다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꽃이다. 


성모 마리아의 정절, 순결의 상징인 백합은 부활절이면 부활절 전체를 대표하는 꽃으로 많이 사용된다. 

 

성경에 등장하는 백합과 부활절에 사용된 백합은 원래 순백의 마돈나 릴리(Madonna lily), 즉 성모의 백합이라 불리는 백합속의 모식종(模式種, type species)인 Lilium candidum이다. 그런데 오늘날 부활절 백합(Easter lily)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은 중국에서 사향백합(麝香百合)으로, 일본에서는 철포백합(鐵砲百合)으로 불리는 나팔나리이다. 원산지는 대만과 일본 류큐 열도(琉球列島), 오키나와(沖縄), 가고시마현(鹿児島県)에 있는 아마미(奄美)와 에라브(永良部)이다. 

 

대만과 일본 원산의 나팔나리가 마돈나릴리를 제끼고 부활절백합으로 불린 데는 사연이 많다. 나팔나리는 1777년에 스웨덴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이 오키나와에서 발견했다. 

 

1819년에 일본에서 영국으로 도입된 나팔나리는 순백색의 꽃이 마돈나 릴리와 닮았고, 생육성이 좋아 압도적 인기를 차지하면서 기독교 의식에 사용되었다. 1853년에는 선교사들과 선원에 의해 버뮤다(Bermuda)에 옮겨져 상업적인 구근 생산이 시작되었다. 버뮤다에서 나팔나리 생산은 수십년간 성황을 이루었으나 1898년에 바이러스와 선충류의 만연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나팔나리가 미국에 도입된 경로는 다양하다. 1875년에 일본을 방문했던 미국의 화훼관계자는 일본에서 구입한 나팔나리를 재배해서 판매했다. 이때 꽃집 상호는 Easter lily였으며, 생산해서 판매한 백합은 순백의 꽃으로 마돈나 릴리와 닮았고, 부활절 시기에 꽃이 피어서 부활절 백합(Easter lily)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편, 버뮤다에서 나팔나리의 생산이 큰 타격을 입자 1898년 이후 일본과 미국에서 동시에 생산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유럽 수출을 목적으로 한 나팔나리 재배를 해 외화벌이에 큰 몫을 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제1차 세계 대전 참전 용사 루이스 휴튼(Louis Houghton)이 1919년에 과거 버뮤다 백합이라고 불리던 백합을 일본에서 가져와 그의 고향인 오리건(Oregon)에 반입했다. 루이스 휴튼은 친구들에게도 백합 구근을 주어 재배가 시작되었다.

 

1941년에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 참전함으로써 미국은 일본에서 백합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였고, 오리건-캘리포니아 경계 지역은 나팔나리의 상업적인 재배가 활성화되어 산지로 유명하게 되었다. 당시 미국에서 나팔나리는 화이트 골드로 불리며,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북서부와 오리건 남서부 등 여러 곳에서 재배되고 있다.

 

동양 원산의 화훼인 나팔나리는 이처럼 이름까지 부활절 백합으로 불리며, 서양에서 부활절을 대표하는 꽃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도입 농작물이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특산작물로 만들 수 있고, 이미 정착된 특산작물도 다른 지역에서 활성화하는 것에 의해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활절에 즈음해서 부활절 백합은 특산작물의 개발, 위상의 유지 및 발전의 작동 원리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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