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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폭력 - 이순애
  • 기사등록 2021-02-19 1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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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바이러스에 흰 마스크를 귀에 걸며

하나밖에 남지 않은 목숨들을 의존한다

 

집집마다 빗장을 걸어 두고

심장 구르는 숨비소리를 내고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막막한 그림자뿐

무기가 필요 없는 흰 복면 대란이다

 

카타르시스로도 치유되지 않을 공포를 퍼붓는

바이러스 전쟁에 짐승처럼 스스로 장벽에 갇힌 사람들

 

당신은 나를 의심하고 나는 당신을 경계하면서

언제 바이러스 총알을 맞을지 모를 전쟁터로

밥의 가문을 위해 향하는 불온한 심장들이여!

 

옆집 새댁은 아홉달 만삭의 배를 다독이고

헛기침 소리를 잘못 냈다간 순번을 달며 끌려갈 ....

 

하늘처럼 환한 당신 눈웃음이 비처럼 서러운데

함박웃음 짓던 날이 아득해진다

와락, 손잡고 보듬던 몸짓들이 그리워진다

 

계절은 슬픈 연인들 생채기처럼 흐느끼며

이름 없는 봄의 성사를 치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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