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김동국 기자]최근 모 과학고등학교 졸업생이 6개 의과대학에 동시 합격했다는 방송이 논란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는 과학고 출신 서울대 의대생이 출연해 공부 비법을 전했다.
방송에는 그가 국내 주요 의대 6곳에 합격한 사실이 화제가 되었다. 이후 순수 과학·기술 영재 양성을 위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과학고 학생이 의대로 진학하는 건 특수목적고 설립의의를 부정하는 일인데, 마치 성공한 진학인 것처럼 소개해 부적절하다며 여론이 들끓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방송 제작진은 "제작진의 무지함으로 시청자분들께 큰 실망을 드렸다"며 사과했다. 광주과학고등학교(광주영재학교)에서도 일부 졸업생이 의학계열로 진학을 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에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영재학교 설립 취지에 맞게 광주과학고를 운영할 것
영재학교는 일반 학교와 달리 학업성취능력이 우수한 중학교 졸업예정자를 선점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특정 중학교 출신자가 영재학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등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으며, 광주과학고 역시 2020년 신입생 전국단위 선발인원 45명 중 34명(75%)이 서울·경기지역 중학교 출신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영재학교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운영상 문제점도 드러났다. 전국적으로 의학계열 대학으로 진학하는 영재학교 학생들이 점조직처럼 늘어나고 있으며, 광주과학고의 경우 2019~2021년도 졸업생(대학 진학자) 280명 중 12명이 의예·수의예 등 의학계열 전공을 선택하였다.
또한, 광주과학고 졸업생(대학 진학자) 전원이 서울지역 대학 및 과학기술원에 진학한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이 중 소위 SKY에 진학하는 비율이 2019년 41명(46%), 2020년 48명(50%), 2021년 46명(48%)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영재학교 출신자가 소위 명문 대학에서 성골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대학입시가 영재학교 출신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조성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자, 영재학교가 특정 계층을 위한 학벌 세습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곳은 영재학교,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등 특권학교의 졸업자가 입학하기 쉽도록 전형 요건을 운영해오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이미 높다.
이에 교육부는 특권교육 수단으로 기능해 온 특수목적고를 2025년에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였으나, 정작 영재학교는 일반고 전환 대상에서 빠진 상태이다. 광주시교육청도 광주과학고 학칙을 개정하여 의학 계열 대학 진학을 규제하겠다고 답변하였으나 지난 1년 동안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영재학교의 특권이 이대로 방치되어선 안 된다. 특히 영재학교는 이공계열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이를 전제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런 취지를 거스르는 행태는 강력한 수단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참고로 2021학년도 광주과학고 입학생 모집 요강에 따르면, “의·치·약학계열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본교에 지원할 수 없음. 의·치·약학계열 대학에 응시할 경우 진학에 대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없고, 본교가 정하는 교육지원비를 전액 반환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영재학교 학생의 부모가 대부분 소득수준이 높은 것을 감안했을 때 경제적 비용을 포기하고서라도 의학계열 진학을 강행하는 것으로 보이며, 학생부종합전형에 추천서를 반영하는 의학계열 대학이 줄어드는 현실을 보았을 때 추천서 작성 거부 등 학교 지침도 별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10여 년 전부터 의학계열 대학 진학 시 고등학교 졸업 자체를 취소하는 조치를 취하였고, 그 결과 2014년 이후부터 의학계열 진학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태이다.
한국과학영재고는 입학전형 요강 등에서 의학계열 대학 진학이 학교 설립취지와 맞지 않음을 성실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입학생과 보호자에게 의학계열 진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받았다. 또한, 해마다 재학생, 학부모 교육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와 같은 교육을 강조해 왔다고 한다.
교육 이상의 학교 의지가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2016학년, 의대 진학자가 발생하자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즉시 교육비 3,000만원을 회수하고 졸업자격을 박탈하여 의대 진학이 취소되었고, 해당 학생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학교 측의 손을 들어주며 영재학교의 존립근거가 사회적으로 확인되었다.
물론, 강력한 규제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신입생 선발 주체인 의학계열 대학이 영재학교 출신자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며, 수학·과학 특기자 전형을 통해 영재학교 출신자에게 유리한 입학전형이 공고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부모 세대의 경제적 지위가 특권 교육의 형식으로 대물림되는 체제를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교육부는 입시 병폐 위에서 영재학교가 운영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광주시교육청 역시 관내 영재학교가 이공계 인재를 기르기 위한 국가 정책 위에서 온전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책임 있게 감독해야 하며 특히, 설립목적을 거스르는 진학 사례가 다시 발생하거나 명문대 진학 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정확한 평가 기준에 근거해서 영재학교 지정을 취소해야 할 것이다.
2021. 2. 9.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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