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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삼베, 전남의 마지막 삼베가 아니길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1-28 08: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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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삼베는 삼(대마, 헴프) 껍질의 안쪽에 있는 인피섬유(靭皮纖維)에서 뽑은 실로 짠 직물이다. 한민족이 한반도로 이주할 때 가지고 온 것으로 짐작되는 삼베는 삼국시대의 칠공품이나 신발(금속제) 등에도 쓰였다. 우리 세대까지 이어온 삼베는 전남의 경우 이제 전통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전남에서 현재 삼을 재배하고 있는 이는 보성삼베랑의 이찬식 대표가 유일하다. 이찬식 대표는 1967년 전남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4년 반 동안 직장생활을 한 후 고향 보성에서 50년째 삼농사를 짓고, 삼베를 짜고, 삼베의 전승과 보급에 앞장서 왔다. 

 

전통 삼베의 보존과 유지를 위해 기록하고, 기술을 보급하고, 전시회를 수없이 해왔다. 삼을 이용해서 종이를 개발하고, 해외까지 알려 왔다. 마광(麻狂)이라는 호가 말해 주듯 일평생을 삼에 관해 연구하고, 보급해 온 이찬식 선생! 선생도 이제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올해 78세인 이찬식 선생. 나이가 많아서 혹은 수익이 없어서 지친 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연세는 산수(傘壽)세를 앞두고 있지만 삼에 대한 열정은 더해가고 있다. 올해도 2.5ha에 삼을 재배하겠다고 신고했다. 생활은 부인이 전통의상을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근근이 유지되고 있다. 

 

선생이 초조해하고 지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남의 마지막 삼베가 되어 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전남에서 삼을 재배하고 있는 곳이 없고, 삼베를 짜는 기술도 잊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의 꿈인 삼베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서 자료를 모아두고,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삼 재배와 삼 베 짜기에 대한 원고 작성도 마쳤으나 주변 여건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

 

전남에서는 지금 한 개인이 삼베 전승에 대한 무거운 짐을 지고 있으나 안동포 생산지인 경북 안동은 삼의 산업화 육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국무총리 주재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안동 일대가 '경북 산업용 헴프(삼)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되었다. 

 

안동포의 주원료로 전남의 삼베처럼 수요가 급감하면서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였던 안동의 삼(大麻)은 의약품 원료 등으로 부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국내 첫 대마(삼) 규제특구를 통해 5년 동안 635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거두고, 20여 개 기업의 신규투자 등을 통해 대마를 기반으로 한 의료용 바이오 소재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동에서는 의료용 바이오 소재 외에 환각성 약물이 배제된 줄기의 껍질(섬유·삼베), 씨앗(헴프씨드) 또는 기름(헴프씨드오일) 그리고 삼 속대(건축자재) 등의 이용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삼을 이용한 안동포 전승의 맥이 끊길 염려는 줄어들었다.

 

안동은 삼의 산업화로 전통의 안동포를 지키게 되었는데, 전남은 삼의 산업화에 대한 추진 주체나 의지가 없고, 전통 삼베를 전승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으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사업화를 해보겠다는 사람도 없다. 전남 전통문화의 전승 측면에서 이찬식 선생의 삼 재배와 삼베의 제조가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지만 현재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전라남도 또는 지역 차원에서라도 묘책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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