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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퇴치, 매운 고추로 가능할까?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1-22 08: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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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고추는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채소이다. 한국에서 식품으로 사용되는 고추는 매운 자극성 때문에 무기로도 사용된다. 임진왜란 때 고추는 최루 무기 등으로 사용되었다. 맹수와 폭도 등에 대한 자위 수단으로 사용되는 최루 스프레이의 일종인‘고추 스프레이’도 있다. 고추 스프레이가 얼굴에 살포되면 눈과 점막의 통증이 심해 눈을 뜰 수 없어 호신 도구로 사용된다. 

 

고추 스프레이는 후유증이 없다고 하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995년 6월에 경찰의 고추 스프레이 사용에 의한 사망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1990년 이후 적어도 61명에 이른다고 했다. 과도한 분사에 의한 호흡 곤란 등이 죽음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일부 주에서는 고추 스프레이에 대한 규제가 있다. 워싱턴에서 고추 스프레이 소지는 경찰의 등록제이고,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총기 소지 허가서를 가진 사람만 구입할 수가 있다.

 

인도에서는 2009년에 인도산‘부트졸로키아’고추를 내란이나 폭동 진압용 무기 개발에 사용한다는 인도국방연구개발성(DRDO)의 발표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최근 고추를 이용한 들짐승 퇴치용 상품이 개발되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멧돼지 퇴치에 대한 고추의 효과 유무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이 있다.

 

고추가 멧돼지 퇴치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일본 농연기구(農研機構)가 2009년 실시한 “야생 멧돼지에 대한 기피 자재의 효과(野生イノシシに対する忌避資材の効果)”라는 실험 결과에 의한 것이다. ‘고추 추출물 + 목초액’을 묻힌 귤을 멧돼지가 잘 다니는 곳에 두었더니 곧바로 먹었다는 것이다. 고추가 멧돼지 퇴치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군마현(群馬県)의 학생들이 고추를 넣은 장갑을 논 주위에 매달아 놓았더니 4년 동안 멧돼지 침입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외에 멧돼지 퇴치에 대한 고추의 효과 유무에 관한 주장이 있는 가운데, 퇴치 관련 상품이 개발되었거나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첫 번째, 멧돼지의 시각과 민감한 후각을 이용한 기피제로 색상이 있는 부직포에 고추 추출물(캡사이신)을 도포한 것인데, 1년가량 사용할 수가 있다. 이것은 고속도로, 일본농협 등에서도 사용하는 것으로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두 번째 상품은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모기향과 같은 형태에 캡사이신이 들어 있는 것으로 5-6시간 정도 태우는 상품(1개 기준)이다. 세 번째는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인 고추 ‘하바네로’와 곡물을 섞어서 개 사료처럼 만든 것을 밭 주변에 뿌릴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멧돼지 퇴치용으로 판매되는 상품 외에 민간 차원에서 고추 추출물+목초액, 고추 추출물에 왕겨를  담가 놓았다가 밭 주변에 뿌리는 방법 등도 이용되고 있다. 일본 농연기구(農研機構)에서 고추는 멧돼지의 기피제로 효과가 없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는데도 관련 상품이 판매되고, 민간 차원에서 이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사용된 고추의 종류에 따른 차이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고추의 매운맛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수는 스코빌지수(Scoville scale, SHU)이다. 스코빌지수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 1위는 페퍼ーX(3,180,000SHU), 2위는 드래곤 브레스 칠레(2,480,000), 3위는 '캐롤라이나 리퍼(2,200,000)'이다. 페퍼ーX는 우리나라에서 맵기로 소문한 청양고추(4,000-12,000SHU)에 비해 265-750배나 매우므로 고추라고 해서 모두 같은 고추가 아니다.

 

일본에서 멧돼지 퇴치용으로 상품화되거나 민간에 사용되는 고추는 6위인‘부트졸로키아(1,000,304 SHU)’와 7위인‘하바네로(100,000-350,000 SHU)’이다. 이들 고추를 사용하는 이유는 일본에서 재배가 가능한 점도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이들 고추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것으로 알려진 고추로 부트졸로키아의 경우 청양고추에 비해 83-250배나 맵다. 따라서 농연기구(農研機構)의 실험 결과는 달리 고추를 이용한 멧돼지의 퇴치 가능성은 커 보인다.

 

애써 가꾼 농작물이 멧돼지 등의 침입으로 피해를 보았을 때의 속상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만 현실적인 대책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올해 농사 계획에서 매운 고추를 이용한 멧돼지 등 들짐승의 퇴치 방안도 고려했으면 한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1. 들짐승 쫓는 고추, 부트졸로키아. 전남인터넷신문 1월 21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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