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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제다 명인별 제다법과 차의 특성 DB화 서둘러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1-12 09:09:37
  • 수정 2021-01-12 13: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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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따듯한 차 한잔의 나눔이 그리워지는 시기이다. 휴일을 이용해서 자료를 정리하다 15년이 지난 차 관련 조사 자료들과 마주했다. 자료 중에는 특별하게 기억되고 아쉬움이 남은 것들이 몇 개 있었다.

     

그중에서 첫 번째가 약 15여 년 전에 광양읍 오일장에서 자원식물 조사과정에서 지역의 한 어르신과 인터뷰 자료였다. 당시에 80대 중반이었던 그 어르신은 옥룡면에서 나물 등 몇 가지를 판매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읍내 오일장에 오신 분이었다. 

     

연로하신 분이어서 그분이 갖고 나온 것을 구매했는데, 그중에는 녹차도 있었다. 녹차는 검정비닐 봉지에 나물처럼 담아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세작(細雀)이었다. 차 주산지가 아닌 곳에서 녹차를 만들어 나오신 점이 궁금해서 제다 이유와 방법을 여쭤보았다.

     

그 어르신의 대답은 간단했다. 만들기 시작한 것은 어렸을 때(일제 강점기)부터였다고 했다. 당시에 어른들이 시켜서 찻잎이 막 나오기 시작한 잎을 따서 무쇠솥에 볶고 비비고 했다는 것이다. 차를 만들면 어르신들이 용돈을 주었다고 했다. 어른들은 그 차를 일본사람들에게 팔기도 하고 물을 끓일 때 이용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때부터 물을 끓일 때 넣기 위해 계속해서 만들어 왔으며, 오일장에 갖고 나오면 물을 끓일 때 넣으려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세작이었는데도 한 홉의 판매 가격은 1만 원을 넘지 않았다. 오일장에서는 수십년채 팔아왔으며 그 가격은 물가가 올라 과거보다 조금 오른 것이라고 했다. 어르신이 부른 가격의 몇 배를 지불했더니, 이러면 못쓴다면 원래의 가격만 받으셔서 팔려고 나온 다른 나물류를 모두 산 다음 집에서 그 녹차를 끓여 마셨다. 오일장에서 비닐봉지에 든 녹차였지만 향과 맛은 일품이었다. 

     

그 이후에 종종 그 어르신을 찾아뵙고 제다 과정과 차의 특성을 조사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일제 강점기 혹은 그 이전부터 전해져온 제다 기술을 조사하고, 이것의 전승 계기를 마련할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만 셈이다. 

  

두 번째는 장흥군 유치면 보림사 인근 마을 출신의 홍0순 어른신의 제다 공정을 실증 조사하지 못한 점이다. 그분은 1940년에 발행된『조선의 차와 선(朝鮮の茶と禪)』이라는 책에서 보림사 지역의 차 생산과 관련해서 등장하는 이석준 씨의 며느리분이다. 

     

그분은 보림사를 중심으로 전승되어 온구증구포(九蒸九曝)제다 기술을 가진 분으로 알려졌고, 대화 과정에서도 제다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조사 당시 그 어르신을 몇 차례 찾아뵈었는데, 모두 돈차 조사를 위해서였다. 지금도 아쉬운 점은 당시에 그분의 실제 제다 공정을 조사하고,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점이다


위의 두 분 외에 집안의 선대부터 전해오는 방법이라면서 나름의 방법으로 차를 만드신 분들이 몇 분 계셨다.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되셨고, 그 기술들은 단절되었다. 전남에는 이처럼 다양한 제다기술과 문화가 전승해 오고 있는데, 현장에서의 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제다 명인 분들의 제다법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한 연구도 눈에 띄지 않는다. 각각의 제다 방법을 조사하면 전남의 차와 명인별 차의 특성이 규명되면서 특성화가 가능하고, 이것들은 더 좋은 차의 개발과 제다를 위한 이론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남도 제다 명인별 제다법과 차의 특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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