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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돈차와 쌍화차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1-09 10: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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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한파(寒波)가 몰아치고 있다. 각종 난방기구를 동원해도 추운데, 우리 조상들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냈을까? 기초 생활물자조차 궁핍했던 시절에는 화로가 겨울철을 넘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에 화로는 언제나 따뜻한 불씨를 안고 우리의 삶을 덥혀주던 생활 도구였다.

 

아침 일찍 불을 지핀 아궁이에서 불씨를 모아 화로에 놓고 재로 덮어 잘 따독거려 두면 아궁이의 불씨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담뱃불, 다듬이질, 찬 음식 덥히기 등 다양하게 이용되었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바깥에서 돌아오는 가족들의 추위를 녹이게 했다. 화로 위에 물 주전자를 올려놓으면 언제나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었고, 방문객들이나 일을 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물을 대접할 수가 있었다.

 

1930-1940년대 장흥지역에서는 겨울철에 난방용으로 둔 화로에 철 주전자를 올려놓고 돈차를 우려먹었던 문화가 있었다. 학당(學堂)이나 사랑방에서는 겨울철이면 방안에 돈차 냄새가 가득 배었다. 돈차를 끓인 물은 음료수 외에 감기, 몸살, 배 아픈데 등에도 사용했다. 약용 돈차는 생강, 참죽나무 잎, 오갈피나무 잎, 쑥, 차즈기(소엽) 등을 찻잎과 혼합해서 만든 것을 이용했다.

 

돈차는 동전 모양으로 만든 차로 전차(錢茶), 찻잎을 찐 다음 분쇄해서 떡처럼 만든 것으로 떡차 또는 병차(餠茶)라고도 한다. 돈차의 장점은 많은데, 그중의 하나가 위의 사례처럼 찻잎과 약재를 섞어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돈차는 여러 가지 맛이나 기능성을 가진 재료를 섞어서 만들 수 있으므로 이용과 유통이 편리하다. 감초, 계피, 당귀, 백작약, 숙지황, 천궁 등의 한약재에 물을 부어 약탕기에서 뭉근히 달여 마시는 쌍화차(雙和茶)처럼 이용할 수가 있다.

 

돈차는 물에 넣고 끓여도 풀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정에서 물을 끓여 먹거나 삼계탕의 속 재료로 이용해도 좋다. 돈차의 제형은 이처럼 약재와 섞어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돈차를 제조하는 곳들은 주로 우수한 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찻잎을 이용하고 있는데, 1회 음용 시 소요되는 찻잎량이 많아 가격 상승 요인이 되어 소비자의 접근성은 낮은 편이다.

 

소비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더라도 돈차를 반드시 마셔야 하는 이유(맛, 품질, 효과 등)가 있고, 돈차를 제조하는 곳들이 경영 측면에서 충분하게 운영이 될 수 있는 고객층이 있다면 그러한 전략만을 고집해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하고, 매출이 없으니 발전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

 

전남 특산차인 돈차가 발전되려면 우선 팔리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팔리는 돈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삼계탕 속 재료용, 가정에서 물 끓일 때 사용하는 돈차, 식당용 등등 재료, 가격, 품질 등을 다양화하고 소비자에게 알려 접근성을 향상해 소비를 창출하고, 소비자로부터 답을 얻고, 소비자층과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돈차의 시장 규모가 커지면 이것을 발판 삼아 야생차만을 이용한 차, 수제로만 만든 차, 전통 방식에 의해 만든 돈차 등 재료와 제다법을 달리하고, 특수 계층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돈차의 제조 등 돈차의 종류와 소비 구조를 더욱더 다양화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 쌍화차는 팔리는데 돈차는 팔리지 않는 데서부터 원인을 찾고 배웠으면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14. 근대 전남의 돈차 문화와 청태전.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20. 해남 돈차. 전남인터넷신문 12월 21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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