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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재배적지 전남, 실적은 실망 수준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1-18 10: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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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비파(琵琶)는 발현악기이다. 악기 비파는 왕소군(王昭君)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중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다고 하는 4대 미인 중 한사람인 왕소군은 ‘낙안(落雁)’으로도 불린다. 기러기가 왕소군의 비파 연주 소리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날갯짓하는 것을 잊고 땅으로 떨어졌다는데서 유래된 것이다. 비파 연주에 능했던 왕소군은 한나라 원제(元帝)가 등극(기원전 34년)했을 때 후궁에 선발되었다. 비파의 역사가 최소한 2000년 이상 되었음을 말해 주는데, 비파가 등장한 것은 진나라 초기이다.

 

비파나무(Eriobotrya japonica)의 이름은 이 나무의 열매와 잎이 악기 비파(琵琶)와 닮은 데서 유래된 것이다. 중국에서 비파(枇杷)의 한자 표기는 악기 비파와 다르지만 발음은 pípá로 유사하다. 비파의 다른 이름에는 로귤(蘆橘, lú jú)이 있는데, 이것의 광둥어(広東語) 발음에서 영어 이름 loquat가 유래되었다. 비파의 재배 역사는 중국에서 2000년 이상이 되며, 과일의 맛과 영양이 좋아 사랑받는 과일이다.

 

비파는 약용으로서의 역사 또한 매우 오래되었다. 기원전 인도 불교의 대반열반경(大般涅槃経) 경전에는 비파나무를 '대약왕수(大薬王樹)'라 하고, 비파나무 잎은 모든 근심을 없애준다는 의미에서 ‘무우선(無憂扇)’ 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저술한 본초강목(本草綱目, 1596)에는 비파 잎의 효용에 대해 구토와 구역질을 멈추게 하고, 산후 잎 마름에 효과가 있으며, 폐의 활동과 가슴의 열을 제거한다고 되어 있다. 또 위장을 완화하고, 기와 열을 내리며, 더위 독과 각기(脚気) 및 당뇨병을 치료한다고 되어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 1610)에서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폐의 병을 고치고 오장을 윤택하게 하며, 기를 내려주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비파는 위와 같이 열매는 맛이 좋고 영양적이 측면에 유용하다. 잎은 약용에 시용됨에 따라 유망하나 우리나라에서 재배면적은 2019년 기준으로 약 101ha에 불과하다. 전남에서 재배면적은 91ha로 전국 대비 90%로 많지만 일본 및 대만과 비교 했을 때 면적은 작고, 10a당 수확량은 약 100kg으로 매우 낮다.

 

일본에서 비파의 재배면적은 2019년 11월 기준으로 1,110ha이다. 우리나라 보다 11배 정도가 많은데, 이것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전년도에 비해 60ha가 감소한 수치이다. 10a당 비파의 수확량은 수량은 309kg이다. 대만에서 비파 재배면적은 2018년 기준으로 1,154ha이며 10a당 수확량은 317kg이다.

 

우리나라에서 비파의 재배면적이 적은 것은 기후와 소비문화에서 기인된 측면이 크다. 일본과 대만에서 비파 재배의 주산지는 모두 전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해서 아열대과수인 비파 재배에 적당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전국 재배면적의 70%를 차지하는 완도조차도 비파를 이상적으로 재배하고, 과일을 수확하기에는 낮은 온도이다.

 

온도가 낮기 때문에 비파 재배 면적이 적다고 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으나 일본과 대만의 비파 생산지를 방문해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대만의 경우 겨울철도 따뜻한 중부 지방에서 비파 재배를 많이 하는데, 하우스 내에서 가꾸는 곳들이 많다. 노지에서도 재배가 잘 되지만 과일의 품질 향상을 위해서이다. 수형은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눕혀서 키운 원줄기에서 자란 가지에서 결실시키고 있으며, 착과가 되고 나서 일정시기에 봉지 씌우기를 한다.

 

대만에서 생산되는 과일은 매우 풍부하다. 가로수로 심겨진 망고나무에는 망고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산길이나 구릉지에서 자란 바나나, 파파야, 구아바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해발 2000m가 넘는 산도 즐비해 감, 배, 사과 등 온대산 과일도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비파 재배도 설렁설렁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도 비파나무 재배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되어 있고, 시설 재배 면적이 많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대만의 비파 산지에 비해 겨울철 온도가 낮은 편이지만 비파나무는 광양, 여수, 고흥, 장흥, 해남 등지의 노지에서도 정상적인 개화와 결실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만 놓고 볼 때는 전남이 비파나무 재배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저온 신장성이 강한 품종의 육성 및 도입, 우수한 기술 도입, 시설 재배 등을 활용하면 완도 외의 지역에서도 산지화가 가능하고,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증산시킬 수가 있다.

 

비파 과일의 판매는 대만과 일본의 경우 다른 과일에 비해 고가로 판매된다. 맛과 향이 좋고, 활용성이 좋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다소 낮은 편이지만 한번 맛을 보면 재 구매 비율이 높을 정도로 매력적인 과일이기 때문에 시설재배에 따른 경쟁력은 높다고 판단된다.

 

농업기술센터 등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다른 열대 및 아열대 과수의 도입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친숙하고, 생산성이 기대되는 비파에 대해서는 시범재배 및 시도조차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후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대만이나 일본에서 비파 재배에 들이는 노력 정도만이라도 투자하고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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