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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제국의 츄노와 전남 곶감의 시상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28 08: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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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쿠스코(Cuzco)는 남미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잉카(1250-1533년)의 수도였다. 잉카 제국의 수도로서 영화를 누렸던 옛 도시 쿠스코는 해발 3,457m에 달하는 페루 남부의 고원 지대에 위치해 있다. 옥수수의 재배 한계 해발인 3300m 보다 높은 곳에 있는 쿠스코는 작물 재배가 여의치 않았는데도 번성했었다. 그 배경에는 감자와 츄노(Chuno)가 있었기 때문이다.

 

감자는 안데스 고산지역이 원산지로 해발 4500m 고지에서도 잘 자란다. 토양이 척박하고 작물 재배가 어려운 고지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는 안데스 산지 인디오들에게는 신의 선물이었다. 그들은 신의 선물이자 주식인 감자를 이용하면서 저장법도 개발했다.

 

안데스 산맥의 매서운 추위와 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 개발한 감자 저장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주야간의 일교차가 큰 점을 이용한 것으로 밤의 추위에 얼었던 감자가 낮의 따뜻한 온도에 의해 녹으면 발로 밟았다. 이렇게 4-5회를 반복하면 감자의 수분과 함께 감자에 함유된 알칼로이드의 독성 및 쓴맛이 제거되었다.

 

츄노(Chuno)는 감자를 이렇게 탈수 및 건조시킨 인류 최초의 동결 건조식품이다. 스펀지같이 생긴 츄노는 10년 이상 저장이 가능했다. 저장을 해 놓고 겨울철의 식량뿐만 아니라 재난 및 흉작 때도 활용했다. 잉카제국 시대 때는 기근과 아사(餓死) 현상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츄노와 무관하지 않다.

 

츄노가 감자의 저장법이라면 곶감은 감의 저장법이다. 곶감을 만드는 원리는 감의 수분을 제거하여 저장하는 것으로 츄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곶감의 제조와 이용 전통은 주로 한국, 일본, 중국에 있다. 곶감의 기원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곶감이 기술된 서적 중 이른 시기의 것은 중국 북위(北魏)의 가사협(賈思勰)이 지은 농서(農書)인 제민요술((齊民要術, 530-540년대)이다. 이 책에는 곶감의 제조법과 잿물을 이용한 탈삽법이 소개되어 있다.

 

곶감의 제조법은 한국, 중국, 일본 간에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중국의 방법이 츄노에 좀 더 가깝다. 중국에서는 곶감을 감떡(柿餅, shìbǐng)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떡(餅)은 납작하고 둥근 모양의 것을 말한다. 곶감의 제조 과정에서 안데스 산맥의 인디오들이 얼었다 녹은 감자를 발로 밟듯이 손으로 감을 주무르고 눌러서 납작하게 만들고 수분을 배출 시킨다. 완성된 곶감은 떡처럼 납작하고 둥글다.

 

중국에서 곶감 제조 과정 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는 시상(柿霜)이다. 시상은 곶감 표면의 흰가루로 감에 서리가 내려 않은 것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시설(柿雪)이라고 한다. 시상(柿霜)은 주로 감 내부에서 분비되는 포도당이 응축되어 가루로 된 것이다. 이 가루는 공기 중의 수분과 쉽게 결합하지 하지 않고, 미생물의 번식도 어렵게 한다. 곶감 표면의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부패 방지 및 곶감의 보존에도 도움이 된다. 곶감의 맛도 좋게 하고 전통 의학적 효과와 곶감의 관상 가치를 높게 한다.

 

곶감에서 시상은 좋은 점들이 많고, 곶감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이에 대한 공정이 별도로 있다. 그것은 기상(起霜)이라는 공정으로 곶감의 건조 과정에서 시상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기상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감의 수분과 주야간의 온도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온도는 중요해 따뜻한 고온에서는 감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저온은 침출된 수분의 결정(結晶)을 촉진한다.

 

전남에서는 지리산에 위치한 구례의 곶감 산지처럼 일교차가 큰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들이 많다. 큰 일교차는 곶감의 시상을 만드는데 좋은 자원이다. 자연환경이 준 선물을 활용해서 곶감 품질을 향상시키고, 산지의 명성을 드높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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