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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로 벗어난 곡성 파파야의 교훈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27 08: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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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쯤 농촌진흥청에 평가를 갔다가 국내산 파파야를 처음 봤다. 전남 곡성에서 생산된 것이라 해서 유심히 보았다. 그 때 파파야를 생산했던 농장은 곡성에 있는 ‘임마누엘 아트팜’이다. 당시 아주 적은 면적에서 파파파야를 생산했었는데, 지금은 재배면적이 4,000평으로 늘었다.

 

‘임마누엘 아트팜’의 정재균 대표는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했지만 파파야를 재배하기 전까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농업과 무관한 일을 하던 정재균 대표가 파파야를 재배하게 된 것은 근처의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나오는 산업폐열을 이용한 시범사업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곡성군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파파야를 재배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도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나오는 산업폐열을 이용했기 난방비 걱정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난방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생각에 파파야를 재배했지만 파파야를 너무 몰랐다.

 

파파야 재배 선도 농가와 재배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다문화 가족 분들을 찾아가 재배법을 물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도움이 안 되었다. 우리나라와 기후 환경이 다른 동남아시아에서 파파야는 공원이나 도로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로 별도의 재배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파파야를 생산했지만 이번에는 판로가 길을 가로 막았다.

 

동남아시아에서 파파야는 일상적으로 많이 이용되는 달콤한 과일이다. 유용성분이 많고, 변비, 소변불리, 각기병, 두통, 어지러움, 요통 및 관절통, 복통, 위장 약화, 소화 불량, 이질, 장염 및 간염을 치료하는데 사용한다. 게다가 국내에서 생산된 아열대 과일은 희귀성 때문에 잘 팔릴 것으로 생각했으나 청과물 시장에 출하된 파파야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파파야 특유의 구릿한 냄새가 한국인의 기호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파파야의 판매가 녹녹치 않음을 깨달은 정재균 대표는 동남아아시아 출신의 다문화 가족들을 대상으로 파파야의 먹는 방법을 조사했다. 당시 정 대표는 파파야가 농익은 늙은 호박처럼 주황색에 가까운 색을 보일 때 수확해서 출하하고 있었는데, 다문화 가족들은 그린파파야를 채소처럼 요리해서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문화 가족들로부터 파파야 요리방법에 대해 얘기를 들은 정재균 대표는 판매 대상과 생산 방향을 바꿨다. 다문화가족,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그린파파야의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서울 가락시장이 아닌 경기도 안산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시장과 다문화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마트를 대상으로 영업했다. 그 결과 파파야 재배의 중단 위기를 넘기고 재배면적도 확대해서 계속 재배하게 되었다.

 

최근 열대, 아열대 과수와 채소 생산은 늘어나고 있지만 곡성 ‘임마누엘 아트팜’처럼 재배기술의 무지, 식용방법과 소비문화의 차이 때문에 재배 및 판로에 어려움을 겪어 온 곳들이 많다. 판로를 확보해도 시장 크기는 작은데 신규 농가의 참여로 인한 과열 경쟁에 의해 생산성이 크게 저하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재배기술과 판로에 대한 대책 없이 막연하게 전망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열대 및 아열대 과수를 재배하려는 농가들이 되새겨보아야 할 대목이자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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