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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세발나물의 성공 비결과 기대감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26 08: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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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가을이 깊어짐에 따라 전남 서남부 지역에서는 세발나물의 출하가 시작되었다. 세발나물은 석죽과의 1-2년 초로 해변, 염전 주변 및 간척지 논 등 소금기가 있는 곳에서 자생하는 염생식물이다.

 

반원기둥형 줄 모양의 잎이 여러 마디로 뻗어 자라는 세발나물은 소나무 잎처럼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한 것이 세발낙지와 닮았다 해서 세발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표준명은 갯개미자리(Spergularia marina)이다.

 

대표적인 겨울철 나물인 세발나물은 원래 신안과 무안에서 어르신들이 바닷가, 폐염전 등에서 잡초처럼 자라는 것을 뜯어다가 별미 나물로 무쳐먹었던 식물이다. 이것이 현재처럼 작물로 재배되고 대량으로 유통된 역사는 길지 않다. 2004년부터 몇 년에 걸쳐 전남, 전북, 충남, 강원 지역의 5일장에 출하된 나물을 조사했을 때 무안 등 전남 서남부의 일부 지방에서만 조사되었다.

 

당시 조사 결과 주 생산지는 신안과 무안이었고, 해남의 5일장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세발나물의 최대 주산지는 해남이다. 해남에서 2019년 기준 세발나물 재배는 18호 농가가 20ha의 시설에서 재배해 연 20억 원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다. 단일 품목으로는 적지 않은 면적이며, 야생식물이 재배작물로 되어 산업화가 된 사례가 되었다.

 

해남에서 세발나물이 특산 작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농민과 해남농업기술센터의 합작품이다. 해남에서 세발나물의 시작은 2006년경 농민 세 사람이 세발나물을 들고 해남농업기술센터를 찾으면서부터이다. 당시 해남농업기술센터를 찾은 농민들은 무턱대고 세발나물을 재배 해보겠으니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 식물은 표준명을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생소했었다. 해남농업기술센터 문동길 원예작물팀장(현)도 마찬가지였지만 함께 공부하면서 재배해 보자며 시작을 했다.

 

문동길 팀장은 그 때부터 세발나물에 대해 공부하면서 농민들과 함께 노지 재배를 시작했고, 곁들여서 45.4평방미터(약 150평) 정도 되는 폐하우스에도 세발나물을 식재했다. 2007년에는 909.1평방미터(약 3000평)의 노지에 세발나물을 재배하였는데 조수입은 2700-2800만 원 정도 되었다. 3.3평방미터의 조수입이 1만 원 정도밖에 안되어 포기의 기로에 있었는데, 폐하우스에 심어 놓은 것의 작황이 좋아 시설 재배로 전환을 했으며, 2009년부터는 시설재배를 본격적으로 했다.

 

해남에서 세발나물은 이렇게 시작되었지만 그 이전에 신안군과 무안군에서는 이미 재배농가가 있었다. 신안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2005년 이전에 세발나물을 지역특산 소득작목으로 개발하기 위해 재배실험을 시작하였으나 센터 내 자체 사정으로 그만 두었다. 신안군의 농민들도 야생식물을 재배하여 판매하고 있었지만 바람이 불어서 배가 운항되지 못할 때면 제때에 출하하지 못했다. 이때는 판매기를 놓치는 것과 함께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재배에 따른 기술 지도를 받지 못했고, 수확물은 마대(麻袋) 및 포대에 거칠게 담아서 목포에 있는 채소 유통상에 넘기는 등 품질과 유통 관리가 제대로 안되었다.

 

무안에서도 2005년에 한 농가가 세발나물을 재배해서 출하고 있었다. 당시 무안군농업기술센터 직원의 소개로 그곳을 방문했었는데, 해남군처럼 신소득 작물로 육성되지 못했다.

 

해남군은 신안과 무안군에 비해 세발나물의 재배는 늦게 시작되었지만 해남농업기술센터에서 문동길 팀장을 주축으로 적극적인 재배기술 개발과 품질관리에 나섰고, 농민들은 해남농업기술센터를 신뢰했다. 센터에서는 재배 면적당 종자 필요량, 시비량 등을 구명했고, 노지와 시설재배 작형을 개발했다. 품질관리를 위해 수확과 포장 방법을 개선하고, 가격이 제일 좋은 시기인 12-3월에 집중 출하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부산, 광주 등 시장 조사를 하고, 출하처를 개척했다. 농민들 또한 세발나물연구회를 조직해서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출하량, 출하시기, 품질 관리에 스스로 앞장서는 노력을 했다.

 

현재 해남산 세발나물의 재배는 규모화 되었고, 생산물은 다른 지역의 것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전남 서남부 해안에서 어르신들이 야생하는 것을 뜯어다가 별미 나물로 무쳐 먹었던 것이 특산 소득 작물로 성장해 산업화까지 된 것이다. 그것은 해남의 농민들과 농업기술센터가 세발나물의 개발 가능성에 주목하고, 힘을 합쳐 소득 작물로 개발하고 육성한 것이 비결로 작용했다.

 

세발나물은 저온에 강하며, 생산시기가 가을부터 5월까지로 겨울에 출하되는 특이한 나물이다. 식물체에는 유용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마그네숨 함량이 많다. 마그네슘은 남자들의 정자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종 스트레스로 정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대인의 생활을 생각하면 세발나물의 가치는 높다. 생태적인 측면, 수확시기, 유용성분 등 모든 면에서 전망이 좋은 식물이 세발나물이어서 앞으로도 거침없이 전남의 소득 작물로 성장이 기대된다.

 

이 기세가 꺾이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철저한 품질관리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 동시에 해남 세발나물의 산업화 성공모델을 적용하여 제2의, 제3의 세발나물을 발굴하고 육성해서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했으면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외. 2005. 전남 지역 5일장에서 신선 산채류의 유통 실태. 원예과학기술지 23(4):396-401.

허북구 외. 2006. 충남 지역 5일장과 대형 소매점에서 나물용 신선 채소의 판매 실태. 원예과학기술지 24(3):304-309.

허북구 외. 2007. 강원과 전남 지역 오일장에서 신선 나물류의 유통 실태 분석.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지 16(4):716-721.

허북구 외. 2009. 전남 서부 해안가에서 생산되는 세발나물의 유통실태, 이화학적 성분 및 생리활성. 한국지역사회생활과학회지 20(2):18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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