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구례 오시 곶감과 타이완의 훈제 곶감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24 20:35:12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구례, 장성 등 산간지에서는 곶감 만들기가 한창이다. 곶감은 전남 각지에서 생산하고 이용되어 왔지만 특히 지리산에 위치한 구례의 오시 곶감이 유명하다. 허균(許筠: 1569-1618)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지리산에서 생산되는 검푸른색에 둥글고 끝이 뾰족한 오시(烏柿)는 그냥 먹어도 맛이 좋지만 꼬챙이로 꿰어 곶감으로 만들어 먹으면 더욱 괜찮다고 했다.

 

지리산의 오시곶감이 허균의 ‘도문대작’에 소개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 역사는 최소한 수백 년 이상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오시곶감은 까마귀 오(烏), 감나무열매 시(枾)라는 의미로 검은색을 띈 곶감이라는 의미이다. 오시곶감이 만들어 지는 이유는 감 품종 때문이 아니라 건조 과정에서 산화에 의한 것이다.

 

감에는 산화 효소인 폴리페놀 옥시다아제(Polyphenol Oxidase)가 함유되어 있는데, 감 껍질을 벗기면 이 산화효소가 공기와 접촉하면서 산화되어 멜라닌 색소와 같은 갈색 또는 검은색의 효소를 형성하게 된다.

 

곶감의 제조 과정에서 검게 변한 것은 자연 현상이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건조 방법과 처리법이 동원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기 위한 유황처리이다. 유황처리는 유황을 태워서 아황산가스를 발생시켜서 곶감 표면에 흡수되게 하거나 황분말을 직접 살포하기도 한다. 곶감 표면에 흡수된 아황산가스는 pH를 낮춰 폴리페놀 옥시다아제의 작용을 억제시키게 됨으로써 갈변 및 흑변을 방지하게 되고 살균효과도 갖는다.

 

곶감의 흑변 방지를 위해서는 연탄을 사용하기도 한다. 연탄을 태우면 이산화황과 아황산이 생성되고 이것이 갈변 방지와 미생물의 발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황은 갈변 방지 및 미생물발생 억제 효과가 있지만 이를 많이 섭취하게 되면 황산이 되어 위장을 자극시키고, 천식환자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는 지리산 오시처럼 전통적인 제조법이 있듯이 타이완에도 전통적인 곶감 제조법이 있다. 현재 타이완의 대표적인 곶감 산지인 신주현(新竹縣) 신푸진(新埔鎭)은 지금도 전통적인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그곳에서 곶감을 생산하고 있는 사람들은 하카족(客家族, Hakka)이다. 하카족(客家族)은 한족(漢族)들이 본지인(本地人)이라 자칭함에 따라 외래 이주자로 취급되기도 하는데, 감나무 재배와 곶감을 만들어 먹는 풍습은 이들로부터 유래되었다.

 

하카족들이 신푸진에서 곶감을 만들기 시작한 역사는 190년 정도 되었다. 지금도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데, 제조 방법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훈연처리이다. 훈연처리는 우리나라 온돌방처럼 만들어 놓은 곳에서 한다. 방안에는 곶감을 가지런하게 올려놓은 채반을 층층이 올려놓을 수 있도록 만든 선반이 마련되어 있다. 이 선반에 곶감 채반을 놓고, 아궁에서는 용안나무로 만든 장작불을 지핀다. 그러면 방안의 온도는 35-40℃가 되고, 연기가 방안에 조금 나와 감에는 훈연처리가 된다.

 

약 2시간 반 동안 훈연처리를 하는 것에 의해 감 표피에는 보호막이 형성된다. 이것은 산화 방지 및 야외에서 건조 시 파리를 막고 숙성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장작으로 사용되는 나무의 종류에 따라서는 곶감에 향이 스며들기도 한다.

 

타이완 신푸진에서 훈연처리는 감 껍질을 벗진 직후나 건조 마지막 단계에서 하는 등 농가에 따라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또 훈연처리 과정에서 건조 촉진 및 곶감을 주물러서 모양을 만드는 목적으로도 하는 등 차이가 있다. 농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어느 것이나 우리나라의 곶감 제조 방법과는 다르다.

 

강연 초청을 받아 타이완 신푸진을 방문한지 수년이 지났다. 방문 당시에 조용했던 신푸진의 곶감 마을은 훈연처리, 햇볕건조 등 전통적인 곶감 제조방식이 화제가 되어 타이완을 물론 해외까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고, 그곳의 곶감은 명물이 되었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전통적인 곶감 제조 방법이 상품화 되어 지역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구례의 오시 곶감은 물론 전남 각지에서 생산되는 곶감의 제조 과정과 스토리 그리고 허브 등 향이 좋은 연소 재료에 의한 훈연처리 등 곶감에 아이디어를 가하는 것에 의해 상품 가치를 높일 수 있음을 나타내는 사례이다. 곶감 제조 농가들의 아이디어가 가해진 전남 각 지역 및 농가만의 차별화되고 우수한 곶감을 기대해 본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28935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강진 백련사, 동백꽃 후두둑~
  •  기사 이미지 핑크 빛 봄의 미소 .꽃 터널 속으로
  •  기사 이미지 김산 무안군수, 사전투표 첫날 소중한 한 표 행사
전남오픈마켓 메인 왼쪽 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