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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보길도의 축농증 단방약과 할미꽃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22 09: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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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계절의 변화와 함께 공기가 차가와 지고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서 비염(鼻炎, rhinitis)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 비염은 ‘알레르기성 비염’과 ‘만성 비염’으로 나뉘지만 알레르기성 비염 중에도 4계절 내내 지속되는 만성 비염이 있기 때문에 구분이 모호하다.

 

비염은 병명이 명확하지만 치료는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비염환자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이 발달되었다고 하는 지금도 그런데 과거에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특히 밤중이나 폭풍이 심할 때 응급환자가 생겨도 물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웠던 섬에서의 대처법이 궁금했고, 그것의 자원화 측면에서 섬에 가게 되면 단방약 조사를 해왔다.

 

그렇게 해서 수집한 자료를 보다가 환절기와 관련해서 조사해 두었던 비염 및 축농증에 대한 단방약(單方藥, 한 가지 약재로 약을 조제한 약)이 생각났다. 2014년 2월 16일에 완도군 보길면 선창리, 예송리, 정자리 노인당에서 80세 이상의 어르신 분들이 말씀하신 단방약 처방이었다.

 

보길도의 어르신들에 의하면 1950년대 까지만 해도 요즘의 비염과 같은 증상이나 축농증(蓄膿症)에 걸리면 할미꽃을 단방약으로 활용했다고 했다. 즉, 산에서 할미꽃 뿌리를 캐어 씻은 후 약단지(약탕기)에 물과 함께 넣고, 입구는 한지로 밀봉한 다음 끓였다고 한다. 약단지 안에 것이 끓여 지면 대나무 대롱을 한지로 밀봉된 것에 꽂았다고 한다. 그러면 대롱에서 수증기가 나오게 되는데, 그 수증기를 쬐면(흡입하게 되면) 축농증이 크게 완화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했다고 했다.

 

보길도 어르신들이 축농증에 단방약으로 이용한 할미꽃은 백두옹(白頭翁)이라는 약재이다. 중국 명나라 때 본초학자 이시진(李時珍:1518-1593)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할미꽃이 피고 난 뒤 열매에 덮인 흰색 털이 어르신의 흰 머리카락을 닮았다고 해서 백두옹(白頭翁)이라 한다고 했다.

 

약재로서 할미꽃의 뿌리는 점액성 혈변, 설사, 복통, 발열이 동반된 장염과 식중독 치료 등에 이용되고, 잎과 뿌리 즙은 소염, 살균, 살충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축농증에 효과가 있다는 문헌은 찾기가 어렵다. 오히려 독성이 강해서 사용에 유의해야 하고, 피부염을 일으킬 수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기술되어 있다.

 

할미꽃에서 독성을 나타내는 주요 물질은 프로토아네모닌(Protoanemonin), 라누쿨린(Ranunculin)이다. 이들 물질(할미꽃 즙)은 포도상구균, 장간균, 칸디다균에 대한 항균작용이 있지만 독성이 강해 피부가 닿으면 피부염을 일으키며, 세포를 괴사시키는 작용이 있다. 먹게 되면 복통, 구토, 혈변 외에 경련, 심장마비(프로토아네모닌은 심장에 독이 된다)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보길도에서 할미꽃을 축농증의 단방약으로 사용했던 방법은 위험의 소지가 있다.

 

할미꽃은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지만 보길도에서 축농증에 단방약으로 사용해온 문화는 매우 의미가 있다. 한의학, 중의학 관련 서적에는 할미꽃이 축농증 치료 효과와 관련된 내용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지만 보길도에서는 단방약이 효과가 있어서 전승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미국에서 생산된 코막힘, 콧물 치료약에 서양할미꽃(Pulsatilla)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민간요법에 사용된 식물에 대해 용도와 관련해서 과학적인 연구 필요성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과 함께 유익한 연구 결과는 해당 작물을 경제작물로 전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남은 인구의 고령화와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과 함께 보길도의 축농증 단방약과 같은 문화가 빠르게 소실되고 있다. 잊혀 지면 상품화 가능성이 없어지고, 복원도 어렵다. 소실되기 전에 조사하고, 농가 소득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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