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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에지마의 동백비누와 여수 거문도의 동백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20 09: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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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일본 나가사키현(長崎縣) 후쿠에지마(福江島)의 동백 비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후쿠에지마는 일본 규슈 서안 밖에 있는 고토열도(五島列島)의 주도이다. 고토열도는 나가사키 항에서 서쪽으로 100km에 위치한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80km에 걸쳐 크고 작은 15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 해변과 해식애(海蝕崖), 화산 경관 등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지형으로 거의 전역이 일본의 서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고토열도에는 50여개의 가톨릭교회(성당)가 있는데, 이것은 나가사키의 교회들과 함께 기독교 관련 유산으로 2018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일본에서 가톨릭이 처음 포교된 고토열도에는 섬의 규모에 비해 성당의 수가 많고, 역사적 의미도 강하다. 고토열도에 가톨릭이 포교되기 시작한 것은 1566년 포르투갈의 예수회 선교사이자 의사인 ‘루이스 데 알메이다’에 의해서이다.

 

가톨릭 포교는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순조로웠으나 1597년에 시작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선교사 추방 정책과 기독교 금지정책(禁教令, 1614년)으로 힘들어지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고토로 숨어든 신자들이 늘어났으며, 신자들은 금교령이 해제(1873년) 될 때까지 250년가량 숨어서 자체적으로 신앙을 지켰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한국에서도 성지순례의 목적지가 된 후쿠에지마에 있는 성당 내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동백꽃 문양이다.

 

고토열도 후쿠에지마는 그만큼 동백이 흔하고 친근한 식물이면서 동백기름이 식용 및 미용으로 사용되어 온 문화가 있다. 고토시 시의회 의원인 아키모토 사다노부(網本 定信)씨와 동료들은 흔하디흔한 고향의 특산물 동백을 산업화하기 위해 2010년에 ‘NPO 법인 카멜리아 고토’를 설립했다. 구성원들은 대부분 1945년대 출생이었다. 이들은 10ml에 1,000엔(한화 약 11,000원)인 동백오일 기름 비누를 생산해서 판매했으나 이익은 별로 없는데, 소비자들은 비싸다며 구매가 적어 침체에 빠졌다.

 

그러던 중 도쿄의 기획자로부터 고토의 동백(야부)을 이용해서 올리브 100% ‘알레포 비누’처럼 세계적인 비누를 만들어 보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NPO 법인 카멜리아 고토’에서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부유층을 위한 비누를 만들게 되었다.

 

비누에 사용되는 동백씨앗 기름은 외부에서 열을 전혀 가하지 ​​않고 감압상태에서 저온 압착법으로 추출하였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만 고온 압착법으로 추출된 기름에 비해 보습력이 2.5 배나 되었다. 비누의 숙성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자연 상태의 저온공정으로 보습성분인 글리세린이 충분히 비축되도록 하였다.

 

후쿠에지마의 동백비누(YABU)는 2018년 10월부터 고토시의 고향 납세 답례품에 선정되었고, 현재 9,000엔(한화로 약 1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임에도 보습력이 매우 뛰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인기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동백비누에 사용되는 씨앗은 후쿠에지마의 동백농장에서 생산된 것을 이용하고 있다. ‘NPO 법인 카멜리아 고토’에서는 씨앗 생산에 머물지 않고, 비누 자체도 후쿠에지마에서 생산함으로써 지역 내 후세대들의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전남의 해안 지역에는 일본 고토열도 못지않게 많은 동백이 자생하고 있다. 동백기름을 머릿기름, 등불용, 식용 등 다양하게 사용해온 전통이 있으며, 이것은 일본에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일본의 문헌이 있다. 특히 1885년부터 2년간 영국 군대에 무단 점령당한 거문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후쿠에지마와 닮은 점이 많다. 동백과 관련된 문화 또한 풍부하고, 겨울철에 피부병 방지를 위해 동백꽃 끓인 물로 목욕을 했던 고유문화가 있는 곳이다.

 

거문도에서 동백나무는 땔감으로 사용했을 정도로 흔하고, 동백에 관한 문화적 자원은 일본 후쿠에지마는 물론 국내의 타 지역보다 풍부하다. 풍부한 자원에 비해 활용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용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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