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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 선학동의 메밀꽃밭,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게 해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19 08: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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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장흥군 회진면 선학동 마을 산기슭은 하얀 메밀꽃 일색이다. 회진면 소재지에서 차로 3-4분 거리에 있는 선학동은 원래 주변에서 가장 높은 공지산 아래에 있다하여 산저(山底)라는 마을 이름이 붙은 곳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산저마을은 옆 마을(회진면 진목리) 출신인 고 이청준 작가가 1979년에 발표한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작품 배경이 된 곳이다. 선학동 나그네에서 산저마을은 “포구에 물이 차오르면 관음봉은 한 마리 학으로 물위를 되돌았다. 선학동은 그 날아 오르는 학의 품안에 안겨진 마을인 셈이다. 동네 이름이 선학동이라 불리게 된 연유이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은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고, 촬영지 또한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 된 산저마을에서 촬영되었다 제방에는 당시 주막 세트장으로 만들어 사용한 붉은색 지붕의 집채가 남아 있다.

 

고려시대부터 마을이 형성된 산저마을은 영화 ‘천년학’이 2007년에 개봉된 이후 2011년에 선학동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매년 봄에는 유채꽃이, 가을에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마을을 가득 메운다. 총 20ha 규모의 밭에 노란 유채꽃과 순백의 메밀꽃이 필 때면 회진 앞바다와 어울리면서 장관을 이룬다.

 

봄에 유채꽃과 가을에 메밀꽃을 선학동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은 경관보전직불제의 영향이 크다. 경관보전직불제는 농촌의 경관을 꾸미거나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배한 작물에 한해 정부가 생산자에게 직접 소득을 보조하여 주는 제도이다. 선학동의 경우 밭에다 유채와 메밀을 식재함으로써 농가들은 보조금을 조금 밭고 있다.

 

유채꽃과 메밀꽃을 심어 놓은 밭은 마을의 여러 사람들의 소유이며, 참여 농가들은 경관보전지불제로 보조비를 조금 밭고 있다. 밭에 식재한 메밀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전부 수매하는데, 연작으로 인해 1마지기(선학동에서는 밭 80평을 1마지기라고 한다) 당 1가마니(40kg) 정도 생산해 20만 원 정도의 조수익을 올렸으나 날로 떨어지고 있다.

 

메밀을 수확해서 수익을 올린다고 하나 기계 작업을 하면 남는 것이 없다. 밭이 비탈진 곳에 있어서 기계가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메밀을 판매한 것은 인건비이다. 이것에다 경관보전지불제 보조비를 받기 때문에 다른 작물을 심거나 놀리는 것 보다는 조금 낫다.

 

선학동에 메밀꽃이 필 때쯤이면 언론에 자주 홍보되어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다 보니 장흥군 입장에서는 관광객 실적 측면에서는 홍보하기 좋고, 3-4분 거리에 있는 회진면 소재지를 비롯해 30여분 거리에 있는 장흥 읍내 식당가 등의 상권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선학동 주민들도 메밀 재배에 의해 밭을 놀리지 않아 잡초 발생을 방지하고, 외지 사람들의 방문에 의해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개화기가 농번기 때와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도로가 등에 차를 무질서하게 주차 해 놓기 때문에 농기계가 이동하지 못해 작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주차해 놓은 차량의 사이로 이동하다가 차량에 손상을 가해 손해배상을 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관광객들이 마을에 많은 쓰레기를 버리고 가서 치우는 것도 다반사라 했다.

 

“사람들은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좋겠다고 하지만 마을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이익이 거의 없고, 복잡하기만 하기 때문에 빛 좋은 개살구다”라고 표현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관련 상품을 팔아보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메밀묵과 메밀전 판매도 했었는데, 수입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했다.

 

경관보전직불제의 지불에 의한 경관조성을 한 곳들은 대부분 장흥군 회진면 선학동과 대동소이하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성공 사례라고 홍보하는 곳들도 선학동 메밀꽃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관과 방문객의 수치만으로는 성과를 거둬도 주차장 및 특산물의 판매 품목과 기반시설의 부족에 의해 정작 지역 주민들은 피해만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꽃축제 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발전하려면 내부에서부터 피해와 불만이 없어야 한다. 그것들을 해결하려면 사람들의 방문 숫자와 성과 홍보에 급급하기 전에 해당 마을에 피해가 되는 것들을 최소화 하고, 이익이 되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야지만 꽃을 가꿔서 보여주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함께 만족할 수 있게 되어 성공적인 꽃축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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