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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서 만난 토종벼, 그 의미와 가치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16 08: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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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나주에서는 18일에 토종벼(재래종) 베기와 훑기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토종벼 베기 행사 안내를 보고 곧장 주관처에 연락을 취하고, 행사장의 벼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토종벼를 재배하고 있는 나주시귀농귀촌인협회 김도우 사무국장을 만나 왜 토종벼를 재배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서울 출신인 김 국장은 요리사 출신이다. 10년이 넘도록 서울에서 요리사로 근무했으며, 뷔페식당을 직접 경영하기도 했다. 그는 요식업계에 종사하면서 처음에는 음식의 맛에 대해 큰 비중을 두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맛은 원물(재료)과 관련이 있고, 원물은 맛과 소비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므로 근본적으로 식재료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때부터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토종 작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요리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토종 재료를 사용한 요리는 기존의 식재료를 사용한 것과 차이가 많았다. 재료의 물성과 맛에 대한 차이가 많다 보니 재료별 비율이나 조리 방법도 다르게 했다. 토종을 이용한 요리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을 때쯤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토종 재료를 이용해서 요리를 하려면 원물이 풍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었다. 그래서 토종 재료를 직접 생산하기로 마음먹고 2015년에 고향 서울과 요식업을 등지고 나주로 와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하면서 우선 생산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한국음식의 기본 맛을 내는 장류(된장, 고추장, 간장 등)와 단맛을 내는 조청에 사용되는 토종 재료 작물이었다. 그렇게 해서 2015년부터 토종벼를 심기 시작했으며, 2016년에는 기본적인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농가들과 계약 재배를 했다. 2017년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출자법인을 만들고, 규모화 했다.

 

지난해에는 직접 농사를 짓는 것 외에 지역 농가와 토종벼를 800평정도 계약 재배했다. 그런데 도복에 약한 토종벼는 태풍에 쓰러져 개량종 벼 대비 15% 수준 밖에 수확하지 못하는 경험을 했다. 수확한 벼는 쉽게 가용할 수 있는 누룽지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토종쌀을 이용한 막걸리, 식혜 등 여러 가지 가공품도 개발했지만 아직은 토종벼의 생산량이 적고, 기존의 유통 경로만 갖고는 생산성이 낮아 새로운 소비자 및 유통경로를 모색하고 있다.

 

아직은 초보 농부인 김도우 사무국장은 올해 900여 평의 논에 자광도, 졸장벼, 궐라도, 청송도, 보리벼, 옥경, 장끼찰, 측저도, 새다마금, 북흑저 등의 토종벼를 심었다. 18일에는 이 벼를 베고, 훑기 행사를 하면서 학생들과 관심있는 사람들이 우리 토종벼를 보고 관찰하게 하고, 탈곡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것은 김 국장 나름의 철학과 목표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지만 공익적인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토종벼는 일제강점기 전까지만 해도 1,000여 종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1970년대 통일벼 등 품종 개량과 개량종이 보급되면서 토종벼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현재 토종벼를 재배하는 곳은 거의 없으며,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에 450여종이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토종벼들은 종류에 따라 아밀로스와 단백질 등의 성분, 생육과 생태적 특성, 병충해 저항성, 환경 내성 등에 차이가 있다. 이들 특성은 재배 및 이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품종 개량을 위한 유전자원의 유지와 용도의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인 식재료에 의한 전통의 먹을거리와 문화의 전승 측면에서도 토종 작물의 유지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벼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토종 작물을 국가차원에서 유지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별적인 종류만을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종류들은 도태되기 쉬운데 민간영역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생산과 소비문화를 만들어 가면 토종을 살릴 수가 있고, 소수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소비 다양성에 기여할 수가 있게 된다. 특히 재료가 갖는 물성과 특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통 식품은 그것이 문화적 특이성으로 작용해서 수입 농산물 및 식품에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민간영역에서 토종 작물의 전승, 재배 및 수요 창출은 이처럼 중요한 기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기가 쉽지 않고, 성공을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몇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외면해 버린다. 그런 점에서 나주의 토종벼는 민간인이 주체적으로 재배 및 용도를 개척하면서 생물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고, 가치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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