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전남 돼지감자, 소득 작물로 육성하려면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09 10:28:15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돼지감자가 곳곳에서 노란 꽃들을 피우며 가을을 알리고 있다. 뚱딴지로도 불리는 돼지감자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식물이다. 유럽에는 1616년에 전해 진 것으로 알려지며, 이것이 중국을 거쳐 17세기 이후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는 1850년대부터 1860년대 초에 사료 작물로 도입되어 ‘돼지감자(豚芋)’로 불리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바이오에너지와 식용으로 이용되었으며, 국화(菊)와 비슷한 꽃을 가진 감자(芋)라는 뜻에서 국우(菊芋, キクイモ)로 불린다.

 

돼지감자가 한국과 일본에 도입되어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전쟁과 배고픔의 시대에 잠깐 주목을 받은 것 외에는 다른 작물에 비해 생산성, 저장성 및 기호성이 낮아 소득 작물로 정착하지 못했다. 게다가 매우 강한 번식력으로 농경지에서 잡초처럼 자라 요주의 외래식물로 따가운 눈총을 받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랬던 돼지감자가 1990년대부터 감자와 같은 전분이 대신 이눌린이라는 다당류를 갖고 있으며, 폴리페놀과 식이 섬유가 풍부하고 혈당 상승 억제 효과가 있는 점, 지질 대사 개선 효과와 정장 작용 등 많은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전남에서도 다수의 농가가 돼지감자를 재배하고 있다.

 

돼지감자는 성인병의 구세 식품과 같은 예찬이 쏟아지면서 돼지감자의 이용에 관한 연구가 크게 늘었다. 돼지감자에는 실제로도 기능성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유망작물이라는 평가도 많아 기대를 품고 재배를 시작한 농가가 많았다.

 

전도유망(前途有望)한 작물로 여겨졌던 돼지감자는 주목 받은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량소비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차, 즙, 깍두기, 분말 등 일부 용도와 상품이 개발되었지만 시장규모는 매우 협소하다. 가을을 맞이해 여기저기서 보이는 돼지감자의 꽃 중에는 재배를 포기한 돼지감자의 잔해물이 있을 정도이다.

돼지감자가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처지인가 싶어 몇몇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차이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돼지감자의 유전자원과 이용이라는 양 측면에서 접근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유전자원측면에서는 홋카이도농업연구시험장(北海道農業試驗場)에서 돼지감자 유전자원 128계통을 수집해서 생육특성, 수량, 이눌린 함량 등의 데이터를 축적해 놓고, 농민들이 필요한 종류의 돼지감자를 선택해서 재배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측면에서는 지자체와 지역의 기업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사가현(佐賀県)을들 수 있다. 사가현에 있는 산보식품(サンポー食品)에서는 지역의 특산품인 돼지감자의 홍보와 소비촉진을 위해 ‘돼지감자 하늘우동(菊芋天うどん)’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것은 사가현의 보조금을 받아서 사가현 기야마조(基山町) 지역과 산보식품이 약 2년에 걸쳐 개발한 것이다.

 

사가현에 있는 ‘유한회사 사가 비네가(有限会社 サガ・ビネガー)’에서는 돼지감자 식초를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32년에서 창업된 식초 전문회사로 유명하며, 90일간 발효와 90일간 숙성을 시켜서 식초를 만든다. 지역의 특산물의 소비촉진과 홍보를 위해 ‘돼지감자 식초’에 사용하는 돼지감자는 100% 지역산을 사용하며, 식초는 ‘순수돼지감자 식초’이다. ‘유한회사 사가 비네가’에서는 개발한 식초에 대해 사가현 미쓰세(三瀬町) 지역의 돼지감자 브랜드를 확립하기 위해 상표 등록까지 하였다.

 

사가현이 돼지감자를 이용한 식초와 우동 개발을 지원한데 비해 나가사키현(長野県) 지역의 주조기업인 구로사와주조(黒澤酒造)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돼지감자를 이용해서 소주와 맥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 지역의 규모화된 제과제빵업체에서는 돼지감자를 이용한 다양한 과자류와 빵류를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돼지감자가 소득 작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나와 있다. 그것은 생산성이 높고, 이눌린 함량이 많은 돼지감자 종묘의 선발과 육성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대량으로 소비되는 식품에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기업이 제품개발과 초두 상품의 판매에 대한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도록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하고, 지역의 소비자들이 소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28846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지리산 노고단에 핀 진달래
  •  기사 이미지 보성군, 연둣빛 계단식 차밭에서 곡우 맞아 햇차 수확 ‘한창’
  •  기사 이미지 강진 백련사, 동백꽃 후두둑~
전남오픈마켓 메인 왼쪽 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