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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떡, 아밀로스 및 당뇨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9-29 08: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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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추석을 앞두고 음식이 풍년이다. 음식은 풍년이지만 혈당관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안 가리고 먹기가 조심스럽다. 올해 기준 국내 당뇨환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추석 음식을 먹기에 앞서 따져 봐야 할 입장인 듯하다.

 

추석 음식은 수확의 계절에 맞게 다종다양하다. 그중 추석에 특별이 만들어 먹는 음식이 있다. 송편으로 대표되는 떡이다. 떡은 종류가 많고, 재료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쌀이다. 쌀에는 기본적으로 멥쌀과 찹쌀이 있다. 이 두 종류는 같은 쌀이지만 특성이 달라 떡의 맛과 찰기, 보관성에 차이가 있고, 당뇨 환자에게 다른 영향을 미친다.

 

멥쌀과 찹쌀의 특성을 가장 크게 구분 짓는 것은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의 함량 차이다. 아밀로스는 찹쌀에는 없고 멥쌀에는 15-25%가 함유되어 있다. 아밀로펙틴은 찹쌀에 100%, 멥쌀에는 75-85%가 함유되어 있다. 쌀 외의 곡식에서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의 비율(%)은 감자의 경우 21-23 : 77-79, 밀은 28 : 72, 옥수수는 21-28 : 72-79이며, 찰옥수수는 0 : 100이다.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은 전분(즉, 탄수화물)이지만 모양과 특성은 다르다. 아밀로스는 직선형의 분자구조로 나선형인 반면에 아밀로펙틴은 가지를 친 분자구조로 나뭇가지 모양이다. 분자량은 아밀로스가 40,000-340,000인데 비해 아밀로펙틴은 4,000,000-6,000,000이다. 아밀로펙틴은 입자가 작아 부드럽고, 식감도 좋게 된다. 아밀로스는 수화가 잘 일어나며, 호화와 노화 반응이 잘 일어나는 반면에 아밀로펙틴은 아밀로스에 비해 수화, 호화, 노화 반응이 상대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는다.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아밀로펙틴이 많은 찹쌀은 적당한 찰기가 있다. 찰밥과 찹쌀떡은 시간이 지나도 비교적 부드럽고 찰기가 있으며, 오래 보존된다. 소화흡수도 잘되고, 단맛을 빨리 느끼게 되는 장점이 있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혈당의 상승 속도가 빠르게 된다.

 

아밀로스는 포도당이 선형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아밀로펙틴에 비해 분해와 소화흡수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그만큼 혈당을 올리는 속도가 완만하게 되어 몸에 부담도 적게 된다. 따라서 당뇨환자들은 혈당의 관리 측면에서 찹쌀떡 보다는 멥쌀로 만든 떡을 식용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쌀에 함유된 아밀로스 함량은 이처럼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벼의 육종도 아밀로스 함량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 있다. 현재 아밀로스 함량이 적도록 육성한 벼에서 생산한 ‘저 아밀로스 쌀’은 아밀로스가 5-15%이다. 이것들은 당화의 진행이 빨라 단맛을 빨리 느끼고, 찰기가 있는 것이 특징으로 ‘맛있는 쌀’이다.

 

아밀로스 함량이 많은 ‘고 아밀로스 쌀’은 당화가 느리기 때문에 소화 흡수도 천천히 된다.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식생활과 라이프 타일을 변경하지 않고 체중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2형 당뇨병 등 생활 습관병이 있는 사람들도 일반 백미를 먹었을 때 나타나는 혈당 상승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임상실험 결과도 있다.

 

쌀의 아밀로스 함량은 식생활의 변화에 따른 쌀의 용도 다양화, 비만과 당뇨 등 성인병 환자 증가에 따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벼의 생산과 쌀의 소비 현장에서 이에 대한 인식은 다소 낮은 편이다. 벼 재배 시 품종의 선택, 쌀의 소비측면에서 아밀로스 함량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다면 다양한 아밀로스 함량의 벼 육종과 쌀의 특성에 맞는 요리 개발을 촉진 할 것이다. 그것은 농가의 수익증대와 소비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추석에 먹는 떡 하나에도 쌀의 아밀로스를 인식하는 계기로 삼고 소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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