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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과 일본 다이콘시마의 모란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9-14 0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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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 강진군은 모란과 인연이 참 많은 곳이다. 강진 대구면의 용운리, 계율리, 사당리, 수동리 일대는 고려 시대에 관요(官窯)가 있었던 곳이다. 고려청자 생산의 중심지였던 이곳에서 생산된 고려청자 중에는 청자상감모란문병처럼 모란꽃 문양이 그려진 것들이 있다. 800여년 전 강진의 도공들은 아름다운 모란꽃 문양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모란을 심고, 가꿨을 가능성이 있다.

 

그로부터 700여년이 지난 후 강진 태생의 영랑 김윤식 시인은 생가 마당에 가득 피어 있는 모란꽃을 보며 시를 한 편 썼다. 그 시가 유명한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다. 모란에 대한 시를 쓴 영랑 시인의 생가는 강진에 그대로 있고, 집 앞에는 ‘시문학파기념관’이 있다. 고려청자 도요지가 있었던 사당리에는 모란꽃 문양이 새겨진 청자를 볼 수 있는 ‘고려청자박물관’이 있고, 그 옆에는 모란꽃이 그려진 민화를 감상하고 그릴 수 있는 ‘한국민화뮤지엄’이 있다.

 

강진에는 이처럼 모란에 대한 귀한 유산과 모란을 시, 민화 및 도자기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되어 있다. 모란 재배 능력이 있는 화훼재배 농가도 있고, 모란의 식재에 의한 관광지로 활용할 수 있는 백운동 원림이라는 환경 조건도 갖추고 있다. 강진군에서는 이러한 모란의 유산을 인식하고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 왔으나 진척은 지지부진하고, 실적은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모란과 인연이 많은 곳이 강진이라면 일본에서는 시마네현(島根県) 야쓰카초(八束町) 다이콘시마(大根島, 다이콘섬)이다. 다이콘시마에는 현재 500여종의 모란 품종이 재배되고 있으며, 연간 약 80만 그루의 모란 묘목이 생산된다. 모란 묘목과 꽃의 수출도 활발하게 되고 있다. 모란재배 농가는 이 지역농가의 50% 정도이고, 모란이 지역 농업 수익에 차지하는 비율은 70%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

 

다이콘시마에서 모란 재배는 약 300년 전에 인근 절의 스님이 시즈오카현(静岡県)에 갔다가 약용으로 가져와서 절에 심은 데서부터 시작됐다. 그 후 섬의 농가에 보급이 되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유명해졌으며, 1954년 시마네현(島根県)의 꽃으로 지정되면서 많이 알려졌다. 1955년경에는 작약의 모종에 모란의 싹을 접목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모란 생산지로 도약했다.

 

작약과 모란의 접목에 의해 모란의 묘목 생산 기술이 확립되자 모란농가 주부들은 모란 묘목과 화분을 판매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으로 행상을 나섰다. 몇 달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고, 이동하면서 숙소로 배달된 묘목을 받아서 판매했다. 이것은 수년간 지속되었으며, 다이콘시마 모란은 점차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다이콘시마의 모란 재배농가들은 모란의 품종개량과 재배법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1988년에는 개화시기를 앞당기는 촉성재배법을 개발했으며, 1997년에는 개화시기를 지연시키는 억제재배기술을 확립했다. 이로서 모란의 주년재배를 하게 되어 다이콘시마를 방문하면 연중 모란꽃을 볼 수가 있다.

 

다이콘시마에서는 1960년대부터 네덜란드와 미국에 모란을 수출했고, 이어서 대만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 수출하고 있다. 2018년에는 일본과 프랑스 수교 160년을 기념하여 프랑스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 ‘모란 정원(Peony Garden)’에 그려진 모란 있는 풍경을 재현하는데 사용되는 모란을 수출했다. 수출량은 전체 생산량의 30% 정도이다. 수출은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돗토리현(鳥取県)에 있는 항구에서 배를 이용해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한다.

 

다이콘시마에서는 모란의 홍보에도 적극적이어서 2002년에는 미국 뉴욕의 2개소에 전시용 모란 가든을 조성했으며, 2004년에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 전시용 가든을 조성했다. 중국 산둥성(山東省) 허쩌시(渮沢市)와는 1989년부터 모란의 기술교류를 하고 있다. 다이콘시마 지역에는 1년 내내 모란꽃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있으며, 모란 공원조성과 매년 개최되는 모란 축제를 통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모란꽃을 다이콘시마의 특산인 장어 요리와도 결부시켜서 활용하고 있다. 4월 하순-5월 상순경에 다이콘시마를 방문하면 모란꽃으로 만든 샐러드를 장어 요리와 함께 먹을 수 있다. 화려한 색깔과 향기를 갖는 꽃을 눈으로 뿐만 아니라 입으로도 맛볼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강진군에 비하면 작은 섬(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설치되어 있다)인 다이콘시마의 모란 성공신화에는 끊임없는 품종개발, 고품질, 대량생산 그리고 지역의 화훼센터에서 연구개발과 기술지도, 일본 농림수산물등수출촉진협회의 수출 지원 등이 크게 작용했다.

 

강진군은 다이콘시마 보다 우수한 모란의 문화유산이 있고, 행정력, 농업기술센터, 관광지 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품종 개발, 지역특성에 맞는 재배기술 확립 등 다소 시일이 소요되는 점도 있지만 모란은 약용, 절화용, 화분용, 화장품용, 관상용 등 용도가 다양하고 수요가 많으며, 일본, 중국 등지에 성공사례가 많기 때문에 전략산업 작목과 문화산업으로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그 잠재력을 방치하지 말고 강진의 발전에 활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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