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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와 타이완 이란현의 오리고기 야샹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8-08 1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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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연일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늘어난 강우량만큼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마는 달갑지 않은 여름 손님이지만 타이완 동부 지방은 겨울철에 장맛비가 내리고 홍수가 많이 발생한다.

 

타이완 동부 지역에 있는 이란현(宜蘭縣)은 특히 겨울철에 비가 많은 곳이다. 이곳의 날씨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 죽풍난우(竹風蘭雨)이다. 죽풍난우는 타이완의 지형과 기후를 나타낼 때 많이 사용되는 말로 죽풍(竹風)은 겨울에 바람이 많은 신주현(新竹縣)을 가리키고, 난우(蘭雨)는 겨울에 비가 많은 이란현(宜蘭縣)을 가리킨다.

 

신주현은 서쪽에, 이란현은 동쪽에 있으며, 서로 붙어 있다. 두 개의 현이 서로 붙어 있지만 동쪽에 있는 이란은 겨울철에 동북 몬순기후의 영향으로 비가 몇 개월 동안 내린다. 특히 이란현의 란양(蘭陽) 평야는 동쪽은 바다를 향하고 있지만 나머지 3면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쓰레기받침 모양의 지형이어서 이곳에 비가 집중된다.

 

신주현과 이란현의 기후 특성은 농업과 음식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바람이 강하며, 강우량이 적고 가을과 겨울에 공기가 비교적 건조한 신주현에는 쌀국수 제조와 국수 요리가 발달해 있다. 바람이 많고 건조한 기후는 쌀국수 건조에 좋기 때문이다.

 

이란현은 비가 많고, 홍수 때문에 오리 사육이 발달해 있다. 오리 사육이 많음에 따라 오리 요리 또한 매우 발달해 있으며, 오리 요리로 유명한 식당들이 많다. 오리고기 중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훈제 요리이다.

 

이란현의 전통적인 훈제 오리는 야샹(鴨賞)이라고 한다. 야상의 전통적인 제조방법은 10가지 이상의 과정이 필요하다. 오리를 잡아서 고기를 그늘에서 어느 정도 건조 후 숯불에서 다시 2-3시간 건조한다. 그 다음 사탕수수를 숯 위에 얹은 다음 사탕수수의 연기로 훈연처리를 한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친 오리고기는 황금색으로 변하고, 사탕수수의 단맛이 스며든다.

 

야상은 사탕수수 훈제를 통해 달게 만든 다음 겨울철 바람에 말려서 저장성을 높인 것으로 다른 오리고기 보다 맛있고, 그 가치가 높다. 고급선물이 거의 없었던 타이완의 초기 농업사회에서는 이 야샹이 고급선물로 사용되었다. 고급선물로 사용된 데서 ‘오리 보상’ 이라는 의미의 야샹(鴨賞)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야샹은 과거에 선물용으로 많이 이용됨에 따라 대나무로 포장을 했으나 최근에는 진공 포장재에 포장되어 유통되고 있다.

 

비와 홍수가 많아 오리 사육이 많았던 이란현은 야샹 외에 각종 오리고기와 오리알 요리가 발달해 있으며 그와 관련 된 문화도 다양하다. 오리와 관련된 축제 등 행사가 많이 개최되고 있으며, 2017년에는 이란현 차원에서 제1회 오리국수 요리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오리고기로 유명한 이란현에는 공방육성 자문 및 ‘2015 타이완 디자인엑스포’의 해외 명사 강연자로 초청을 받아서 방문했었다. 이란현을 방문했을 때 마다 식당에서 다양한 형태의 오리고기를 보고, 맛보는 기회를 가졌는데, 그것은 비가 많은 기후가 만들어낸 문화였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홍수와 같은 거대한 자연 현상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이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존재이기도 하다. 그 유전자의 힘을 발휘해 장마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란현의 오리요리 문화처럼 장마를 오히려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수재민들께는 위로의 마음을 전함과 동시에 빨리 극복하시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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