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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산과 시험 합격 결실 기원용의 초란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8-06 08: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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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를 사육하는 지인이 초란(初卵)의 활용법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 문의를 받고 초란에 대해 인터넷 서핑을 해보았다. 초란은 마케팅에 활용하기에 좋은 꺼리인데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산란계 농가는 거의 없었다. 초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낮은 수준이어서 황무지와 같았다.

 

초란은 축산 농가가 병아리를 입식한 후 4-5개월 정도 사육해서 처음 얻는 계란이다. 보통 첫 번째 알을 낳기 시작한 것에서 부터 2-3주간 낳은 것을 초란이라고 한다. 초란은 일반 달걀에 비해 작고 가벼워 소란(小卵)이지만 성계(成鷄)까지 성공적으로 키운 결실물이라는 것과 함께 닭이 일생에서 한 시기에만 낳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초란은 의미가 있지만 무게 중심의 가격 설정으로 인해 초란은 그 의미적 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계란은 무게에 따라 소란(44g 미만), 중란(44g 이상 52g 미만), 대란(52g 이상 60g 미만), 특란(60g 이상 68g 미만), 왕란(68g 이상)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소란은 저렴하고, 특란과 왕란은 상대적으로 비싸게 거래되는 유통문화 때문이다.

 

계란의 크기는 닭의 연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통 4-5개월 이내의 닭이 낳은 알은 소란이며, 6-12개월 정도 된 닭은 중란을, 10-24개월 정도 된 닭은 대란을, 그 이상 된 닭은 특란과 왕란을 낳는다.

 

초란이 작은 것은 닮의 몸집보다는 연령과 관련이 있다. 닭의 연령이 많을수록 계란의 크기는 큰 편이지만 연령의 많을수록 닭의 몸집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 생후 4개월 정도 된 닭과 대란을 낳은 닭과의 몸집은 비슷하다.

 

닭의 몸집은 비슷한데도 계란의 크기가 다른 것은 나팔관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닭은 연령의 증가에 따라 나팔관이 점점 커지고, 나팔관을 통해 나오는 계란도 커진다. 계란은 커지지만 그 내용물도 비례적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계란은 노른자부터 생성된다. 노른자가 생성되어 나팔관을 지나 나올 때 흰자가 분비되고, 계란이 닭의 몸 밖으로 배출되기 직전에 껍질이 형성되어 계란이 된다. 그러므로 나팔관이 커질수록 흰자가 커지면서 계란도 커진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같은 품종의 닭이 같은 먹이를 먹었을 때 닭의 연령에 따라 계란의 크기와 흰자는 달라지지만 노른자의 내용물의 변화는 크지 않다. 그래서 흰자가 많은 특란이나 왕란은 계란찜과 머랭(meringue)에 좋고, 소란과 중란은 노른자가 메인 요리로 이용되는 계란후라이, 계란덮밥 등에 좋다.

 

계란의 성분은 계란의 크기 보다는 사료의 종류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병아리 때부터 영양이 축적된 것이 초란이라며, 특별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이것을 징크스 삼아 과거 우리나라 및 일본에서는 초란에 특정한 성분이 있다며 정력제로 여겨지고 이용된 사례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초란에 대해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레시틴이 풍부해서, 자양에 좋고, 뇌에도 좋고, 맛이 좋은 삼박자를 갖췄다며, 임산부의 순산 기원과 출산 행운용, 수험생들의 영양용과 합격 기원용 및 장수 기원용 마케팅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 임산부가 초란을 먹으면 순산한다는 징크스와 장수용에 이용된 전통이 있다. 이 때문에 구입이 힘들 정도로 인기가 좋고, 일반 계란에 비해 2배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일본에서 초란은 이처럼 임산부, 수험생, 장수 기원용 선물로 인기가 좋다. 그것은 영양이나 전통의 배경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닭이 잘 성장해서 처음 낳은 결실물로 희귀하며, 한정된 시기에만 생산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해서 가치로 환산 것이다.

 

이것은 일본에서만 귀하고 그러한 감성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서도 비슷하고, 의미와 희귀성도 가치로 환산되는 시대이다. 산란계 농가에서는 초란에 시험 합격 기원용, 첫출발의 축하 등의 스토리를 결부시켜서 판매촉진 및 소득 증진에 활용했으면 한다.[전남인터넷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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