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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번데기와 전남의 곤충산업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7-20 08: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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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번데기는 누에가 고치를 틀고 변하여 된 몸이다. 유충기와 성충기 사이의 정지적 발육단계로 외관은 다소 징그럽다. 모양은 다소 혐오감이 드는데도 판매하는 곳들이 많으며, 통조림으로도 유통되고 있다. 술안주, 간식 등의 식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혐오식품으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민의 음식으로 친근감마저 드는 누에 번데기에 대해 외국인들은 혐오식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대표적인 한국의 혐오식품은 무엇인가라는 조사 결과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번데기, 개불, 보신탕(개고기), 홍어이다. 그중에서 번데기는 1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한 관광객은 한국에서 먹은 번데기에 대해 잠비아에서 먹은 애벌레와 같았으며, 냄새도, 혀의 감촉도 이상해 꽤 힘든 도전이었다는 글을 그의 블로그에 남겼다.

 

우리의 전통 문화처럼 여겨지는 누에 번데기의 식용문화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번데기를 먹게 된 계기는 6.25전쟁 이후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기였다. 이후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으로 활발해진 양잠 산업의 부산물인 번데기가 발생하자 이의 활용 차원에서 식용문화가 정착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일본 사람 중에는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번데기 식품에 대해 혐오스럽고 야만적인 음식문화라고 혹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번데기의 식용문화는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있다. 일본에서 1919년에 발행된 ‘식용 및 약용곤충에 관한 조사(食用及薬用昆虫に関する調査)’에는 번데기의 식용문화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일본에서 번데기의 식용문화는 태평양 전쟁 때 먹을거리와 단백질 부족 해결차원에서 널리 퍼졌다. 당시 나가노현(長野県)의 제사(製絲:고치나 솜으로 실을 만듦) 공장에서는 직원들의 부식으로 어육 대신 번데기가 제공되었다. 직원들은 번데기 특유의 냄새와 비호감적인 모양 때문에 먹지 않으려고 했다. 얼마 후 직원들은 귀중한 단백질원으로서의 가치를 알고 서로 많이 먹으려고 해서 1인당 공급량이 제한되었다. 나가노현에서는 지금도 슈퍼마켓 등에서 누에 번데기 조림이 판매되고 있다.

 

“다리가 네 개인 것은 책상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먹는다”라는 중국에서 누에 번데기는 천용(蚕蛹, cānyǒng)으로 불리며, 산둥성(山東省), 광둥성(廣東省), 동베이(東北)지방 등에서 튀김, 조림, 볶음 외에 다른 식자재와 혼합해서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베트남에서는 뇽탐(nhộng tằm)으로 불리며 조림에 많이 이용된다. 태국에서는 북부와 북동부에서 튀김으로 많이 이용된다.

 

누에 번데기는 음식 외의 용도로도 사용되어 왔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양잠 부산물인 번데기를 잉어, 닭, 돼지 등의 사료로 이용했다. 현재도 번데기 그 자체 또는 가루를 내어 양어장의 사료, 낚시 미끼, 애완동물 사료로 이용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번데기의 지방 성분을 짜내 식용유와 비누 원료로 이용해 왔다. 누에 번데기 추출물은 곳곳에서 화장품과 의약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누에 번데기의 영양소는 약 50%의 조단백질과 30%의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백질에는 인체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다량 포함하고 있는데, 돼지고기 안심과 비슷하다. 불포화 지방산은 전체 지방산 중 약 70%를 차지한다. 미량 원소도 매우 풍부해 칼슘 함량은 쇠고기의 76배, 계란의 32배로 근육과 뼈를 강화시킬 수가 있다. 마그네슘 함량은 쇠고기의 4배, 계란의 12배이다.

 

누에 번데기는 이처럼 단백질이 많고, 지방 함유량은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의 1/3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저지방 식품이어서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일본 도쿄 나카노구(東京都中野区)에 있는 에리(エリー)라는 기업에서는 올해 1월에 번데기와 쇠고기를 1:1로 혼합한 햄버거를 출시했다.

 

곤충산업이라고 하면 아직은 낮설고 그 미래가 불투명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누에 번데기처럼 우리 곁에 있다. 누에 번데기 햄버거, 번데기 다이어트 식품, 번데기를 이용한 애완동물 사료, 번데기를 이용한 양식장 사료, 곤충사료처럼 이용문화, 제형 및 용도가 변하면서 산업화가 되고 있다.

 

누에 번데기처럼 곤충은 식용, 사료용, 의료용, 미용용, 애완용, 색소 등 산업적인 이용 종류와 용도가 늘어나고 있다. 미래유망 산업이 아니라 현재의 성장산업으로 농가 소득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많은 지자체에서도 조례 제정, 곤충 식품 개발, 정책적 육성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남은 타 시도에 비해 곤충산업의 출발은 빨랐고, 도 차원에서 적극적인 육성책을 시행했으며, 전남도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 함평자연생태공원, 영암곤충박물관 등 많은 인프라가 있음에도 진전은 지지부진하다. 지자체와 관련 농가가 적극 나서서 기회를 선점하고, 미래를 준비 할 수 있도록 분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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