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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불여장성, 옐로우시티 장성 그리고 황금회화나무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7-16 07: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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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의 정체성을 논하자면 크게 문불여장성과 옐로우시티 장성으로 구분된다.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은 흥선대원군이 호남을 평하는 가운데 호남팔불여를 말하면서 “학문으로는 장성만한 곳이 없다”라고 했다는데서 유래된 것이다.

 

문불여장성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장성군 황룡면에 있는 필암서원이다. 김인후(金麟厚, 1510-1560)의 도학을 추모하기 위해 1590년에 건립된 필암 서원은 경주 옥산서원, 논산 돈암서원, 대구 달성 도동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정읍 무성서원, 함양 남계서원과 함께 2019년 7월에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세계유산에 등재된 서원을 갖고 있는 곳이 장성이다.

 

옐로우시티(Yellow City)는 장성군 황룡면 황룡리라는 지명 그리고 황룡강과 관련이 있다. 특히 황룡강은 예로부터 누런 용이 살았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장성군은 지명과 전설을 모티브로 해서 옐로우시티라는 색채 마케팅을 펼쳐 오고 있다. 옐로우시티 장성 마케팅은 기반 조성 단계(2014-2017)와 이미지화 단계(2019)를 거쳐 2020년에는 상품화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문불여장성과 옐로우시티는 이미지적으로 대치되는 면이 있다. 문불여장성은 학문과 선비에 대한 상징성이 있고, 옐로우시티는 황금, 돈 및 권력에 대한 상징적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선비의 연상어에는 학문과 청렴이라는 단어가 있다. 황금에는 돈, 사업 및 이익이라는 이미지어가 있다. 지자체에서는 둘 다 군의 정책에 반영하면 좋지만 타깃이 두 개가 되어 혼선을 빚을 우려가 있고, 정체성에도 혼란을 가져 올 수 있다.

 

장성군은 현재 옐로우시티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필암서원이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것을 필두(筆頭)로 삼아 문불여장성을 크게 외칠만하지만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문불여장성을 외치면 외칠수록 옐로우시티 장성 이미지가 쇠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고민은 나무 한 그루를 심는데도 배여 있는 듯하다. 문불여장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회화나무를 여기저기에 심을 법하다. 그런데 회화나무 대신 노란색의 꽃이 피거나 잎을 가진 꽃 및 나무를 심는데 열중하고 있다.

 

콩과식물인 회화나무에는 학자수라는 이름이 있다. 그래서 예부터 유생들이 공부하는 서원에 많이 심었다. 구권 1000원짜리 지폐에는 도산서원과 함께 나와 있을 정도로 회화나무는 서원과 밀접하다. 서원뿐만 아니라 집안에도 회화나무를 심으면 훌륭한 학자가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중국의 ‘주례(周禮)’에는 조정의 외조(外朝)에 있는 세 그루의 회화나무가 세 명의 정승이 마주보고 자리를 잡는 것과 같다는 기록이 있다.

 

회화나무 이름의 유래원은 괴(槐) 또는 괴화(槐花)라는 중국 이름이다. 괴화(槐花)에서 ‘괴’의 중국발음은 ‘홰/회’로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회화나무가 되었다. 괴화(槐花)는 이 식물이 귀신을 쫒는다고 믿은 데서 붙여졌다. 회화나무 꽃봉오리에는 지혈작용, 모세혈관 투과성 감소, 혈압 강하, 콜레스테롤 강하, 항경련, 항궤양, 항방사능 작용, 동상치료 등에 효과적인 루틴(rutin)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약재로 많이 사용되므로 괴화(槐花)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궁궐에서 회화나무를 심었던 이유는 이름과 약재 효능 외에 오방색에서 중앙을 상징하는 황색의 꽃이 피는 점, 이 식물의 꽃과 씨앗이 황색의 귀중한 염료로 이용된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회화나무는 이러한 특징은 문불여장성과 잘 어울리지만 푸른 잎사귀는 옐로우시티 장성이라는 이미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것이 황금회화나무이다. 황금회화나무는 교목으로 황록색의 잎과 황백색의 꽃이 핀다. 잎이 떨어진 후에는 노란 페인트를 칠한 것 같은 노란줄기를 드러낸다. 한번 식재 해 놓으면 매년 식재해야 하는 초본 식물과는 달리 손질도 많이 필요 없으면서 옐로우시티 장성의 이미지를 나타내는데 좋다.

 

장성군에서는 회화나무의 이러한 스토리와 특성의 활용에 의해 문불여장성이라는 정체성을 살릴 수가 있다. 게다가 행복, 행운을 상징하는 황금회화나무의 식재 관리에 의해 옐로우시티 장성의 색채 마케팅을 촉진할 수가 있다. 나무 하나로 장성의 대립되는 두 가지 정체성을 함께 살릴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황금회화나무는 말없는 나무이지만 적어도 장성에서만큼은 대립되는 것들도 양립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는 지혜의 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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