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타이완의 고려채와 광양 매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7-09 08:56:40
기사수정

지난 해 연말 타이완 난터우현(南投縣) 신이향(信義鄉)에서는 김치 만들기 이벤트가 있었다. 김치 만들기 이벤트를 하게 된 것은 고려채(高麗菜)의 작황이 좋아 과잉 생산된 것의 소비확대를 위해서였다.

 

고려채는 양배추이다. 타이완에서는 양배추를 고려채라고 부른다. 고려채라고 하면 고려의 채소로 오해하기 쉽지만 고려와 관련성은 없다. 일본인들이 대만을 지배할 때 양배추의 식용 장려 차원에서 고려 인삼에 비유해 영양가치가 높다고 한데서 고려채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널리 퍼져 있지만 잘 못 알려진 것이다. 1931년에 대만에서 발행된 사전에 의하면 양배추는 영어로 'caulis' 'colis', 네덜란드 어로는 'kool', 이탈리아 어로는 'caule' 라고 하는데, 그 발음에 가까운 Gao Li의 한자인 高麗(고려)를 사용한데서 고려채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되어 있다.

 

난터우현 차원에서 개최한 고려채 이벤트는 김치 만드는 법을 알려 주는 것에 의해 양배추의 소비를 촉진시키자는 의도였다. 이날 참가자들에게는 소금 간을 하여 잘게 썬 양배추가 담긴 봉투와 양념이 담긴 팩이 주어졌다. 양배추와 양념 팩을 받은 참가자들은 팩에 담긴 양념을 양배추가 담긴 봉투에 붓고 버물려서 김치를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은 매우 간단했지만 김치 맛이 좋아 큰 인기를 끌었고, 양배추 소비에 일조했다.

 

이와 유사한 행사는 3월 말에 개최된 ‘2020 난터우현 매실축제’ 때도 있었다. 고려채를 이용한 김치만들기 이벤트가 매실 축제 때도 행해진 것은 고려채가 아니라 양념 때문이었다. 고려채를 이용한 김치 만들기 때 사용된 양념은 매실을 이용해서 만든 고추장, 식초, 장 등이 혼합된 것으로 특별히 개발된 것이었다.

 

난터우현에서 매실로 김치용 양념을 만들게 된 것은 매실의 고려채 소비촉진을 위해서였지만 난터우가 매실 주산지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난터우에 있는 신이향(信義鄉), 궈싱향(國姓鄉), 수이리향(水里鄉), 런아이향(仁愛鄉)에서 생산되는 청매실은 타이완 전체 생산량의 45%를 차지한다. 난터우현에서 매실 생산량은 그 만큼 많으며, 현(縣)의 주요 산업이기 때문에 고려채 소비 촉진에 매실 위주의 양념을 활용한 DIY 김치 상품을 개발하고, 행사에서 이것을 활용한 것이었다.

 

매실은 한국, 일본 타이완, 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는 전통적인 문화에 의한 소비의존도가 크다. 일본의 경우 2016년에 총 60,613톤의 매실이 생산되었는데, 이중 중 청매실로 소비된 것이 12,550톤(21%), 매실 장아찌 및 절임용으로 소비된 것이 41,739톤(69%), 술과 음료용이 6,130톤(10%)이었다. 한국에서 매실의 용도는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절임용과 장아찌의 비율이 높은데 비해 한국에서는 매실청의 소비 비율이 매우 높다. 두 나라 모두 특정의 용도에 의한 소비 비율이 높다.

 

타이완에서는 매실이 식중독, 물중독, 혈액중독 세 가지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해서 매우 폭넓게 사용된다. 식중독과 물중독은 살균효과이며, 혈액중독은 산성 체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통풍, 고혈압, 암 및 고지혈증 환자의 85%가 산성 체질이며, 산성 체질을 가진 사람들은 약간의 운동 후에도 피곤함을 느끼며, 하복부 비만이 심하다는 점에서 매실을 상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용도, 맛 및 제형의 가공품이 개발되어 있으며, 생활 전반에서 소비되고 있다.

 

타이완에서 매실가공품은 술, 음료, 식초, 간장 등은 물론이고 운전 중에 졸음이 올 때 먹는 매실가공품, 피곤할 때 먹는 매실 가공품, 생선 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매실스프, 돈가스에 사용하는 매실스프 등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제품들은 일반 상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가 있다.

 

이러한 매실 소비문화와 가공 상품을 갖고 있는 타이완에서 매실 양념으로 만든 고려채 김치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매실 소비가 특정 용도에 치우쳐 있어 소비 확장성의 기대가 어려운 국내 환경을 생각하면 배울 점이 많다. 특히 매실 주산지인 광양시의 경우 씨앗제거 매실 유통 등 기존 용도에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것 외에 새로운 소비문화의 창조에 의한 소비확대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타이완에서 고려채 김치용 매실 양념은 현재 DIY용 등으로 소비확대가 진행되고 있다. 고려채의 소비 확대를 위한 것이지만 고려채와 함께 매실 가공품이 부수적으로 자연스럽게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매실 양념이 대량적인 용도가 있는 고려채의 소비 확대에도 기여하면서 지역 경제와 매실 소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사례는 타 시군에 비해 매실 판로에 고민이 많고, '2020년 농촌 신활력 플러스 공모사업' 에 선정되어 매실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광양시의 매실 정책의 방향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전남인터넷신문]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28293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보성 차돌 복숭아 맛과 품질 좋아
  •  기사 이미지 30년 베테랑 어부 “함평낙지 잡기 힘드네”
  •  기사 이미지 장맛비 속에 붉게 익어간 고추
인터넷광고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