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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군, 흑지의 뉴트로 푸드 가치를 살리고 활용해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7-04 20: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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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담양 흑지가 잊혀지고 있다. 흑지는 타 지역에서 짠지로 불리는 것과 비슷한 김치류이다. 지난 5월, 전남도립대학교 식품생명과학과 조자용 교수와 담양군 김치 문화를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흑지는 잊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담양에서 흑지라고 불리는 것은 짠지와 유사하다. 담양에서 조사한 흑지 제조법은 “김장 시기 때 무를 수확한 다음 흙과 병든 잎, 죽은 잎을 제거하고 나서 항아리에 무를 한 켜 넣고 소금을 뿌리고 또 한 켜 넣고 소금을 뿌리는 식으로 담근다. 그 다음 묵직한 돌을 올려놓고, 돌이 덮일 정도로 소금을 수북하게 넣은 후 뚜껑을 닫아 놓는다. 일부 가정에서는 소금을 넣은 다음 다시 소금물을 넣기도 했다. 항아리는 부엌 안쪽이나 부엌과 가까운 곳의 땅을 파서 항아리 입구가 지면보다 약간 올라 올 정도로 묻어둔 다음 뚜껑을 덮어서 이듬해 봄철에서 여름까지 둔다.”

 

흑지의 이용은 “늦봄부터 여름까지 필요시 항아리에 담가 놓은 무를 꺼내서 물에 담가서 짠맛을 제거한 후 각 가정에서 좋아하는 방식으로 조리해 먹는다. 짠맛을 빨리 제거하고자 할 때는 무를 잘라서 물에 넣는다. 물에 담그는 시간 정도는 짠맛 정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이것을 활용했으며, 깍두기, 무침, 냉국으로 만들어 먹었다.”

 

흑지의 이러한 특성은 1924년에 출판된 이용기(李用基)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소개된 짠지와 비슷하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짠지에 대해 “무와 소금을 항아리에 켜켜이 담아 2∼3일간 절인 다음 묵직한 돌로 눌러 놓았다가 무가 완전히 잠길 정도로 소금물을 부어 숙성시킨 김치이다. 먹을 때는 무를 나박썰기하여 동치미처럼 물을 부어 낸다.”고 되어 있다.

 

흑지는 이처럼 옛 문헌에 짠지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고, 지금도 짠지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김치의 일종이므로 담양만의 독특한 김치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서는 짠지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비해 담양에서는 흑지라는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은 독자성을 가지면서 차별화에 매우 유용하다. 특히 흑지는 그것 자체가 완성된 음식이 아니라 재료적 성격을 띤다. 담양 시골 어르신들께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도 흑지를 만들어 드시는 분이 많았다. 이유가 궁금해서 여쭤보았다. 어르신들은 여름철 입맛에 맞는 반찬을 만들어 먹을 수가 있어서 좋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일반적으로 김치는 김장 때 재료와 담그는 방법에 따라 이미 맛이 결정된다. 그림으로 말하면 김치는 이미 다양한 색으로 채색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담양 흑지는 맛이 없는 것이 매력이다. 맛을 내는 것은 요리사의 몫이다. 짠맛이 배여 있지만 이것은 단일 맛으로 물에 담그는 시간에 따라 강약을 조정할 수 있다. 그림으로 말하면 채색되지 않은 상태이다. 채색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요리사가 자신의 색깔로 물들여서 맛을 표현할 수가 있다. 담양흑지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다. 최종 소비단계에서 입맛에 맞게 요리를 해먹을 수 있기 때문에 ‘뉴트로 푸드’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흑지는 기성세대들이 먹어왔고, 추억이 서려 있는 음식이다. 소비단계에서는 용도 다양화와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게 조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이다.

 

더욱이 담양군은 관광객과 음식점이 많은 곳이다. 담양을 소비하기 위해 담양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담양 흑지는 상품적 가치가 크다. 다른 곳에 없는 이름, 다른 곳에 없는 식문화를 담고 있는 음식이며, 담양의 다양한 음식에도 적용할 수 있는 ‘뉴트로 푸드’이기 때문이다. 잊혀지는 것을 두고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담양 흑지. 담양군 차원에서 흑지의 ‘뉴트로 푸드’ 가치를 살리고 활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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