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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수도 보성, 미래 책임질 차 품종 개발은 제로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6-01 19: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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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차 재배 농가 수는 2018년 기준 1,414호, 재배면적은 1,291ha이다. 전남에 이어 경남(농가 수 1,098호, 재배면적 824ha), 제주도(농가 수 45호, 재배 면적 568ha)순으로 많다(국기통계포털 kosis). 전남에서는 특히 보성이 유명하다. 차 재배 면적이 많고, 차문화를 선도하고 있어 ‘녹차 수도 보성’으로도 일컫는다.

 

보성은 전국 최대 차 재배 면적과 등고선식 계단형 차밭으로도 유명하다. 이 차밭은 중요농업유산 제11호 ‘보성 전통차 농업시스템’으로 지정되었다. 바다 물결을 형상화한 듯 굽이를 이루는 계단형 차밭 경관은 관광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람들은 탁월한 차밭 경관을 보기 위해 보성을 찾고 있다. 보성군에서는 이에 화답하듯 관광과 휴양에 비중을 늘리고 있다.

 

‘꿩 잡는 것이 매다’라는 말이 있듯이 관광과 휴양에 비중을 두어도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게 상책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에서 벗어나 있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문제가 된다. 현재 하동군 야생차 재배지의 풍광은 보성의 등고선식 계단형 차밭과 유사하다. 곳에 따라서는 계곡을 끼고, 보성보다 더 경사가 가파르며, 바위가 있는 곳 주변에 식재된 것들이 많다. 소위 관광 휴양형 다원 조성이 늘어나고 있어 보성과 콘셉트가 겹치면서 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보성과 하동. 본질은 좋은 차의 생산에 의한 소득증대 일 텐데, 이에 대한 투자는 퍽이나 인색하다. 좋은 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품종부터 좋아야 한다. 보성과 하동의 차밭에 식재되어 있는 차의 90% 이상이 재래종이다. 산지와 제다 방법에 따라 맛, 색깔, 향이 달라진다고 하지만 동일한 종류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한 종류의 차를 재배하면 수확기가 집중되어 노동력의 분산이 쉽지가 않다. 차의 종류에 따라 성분 함량과 맛이 다르고, 녹차, 발효차, 떡차 등의 제조 적성이 달라진다.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세분화된 기호에 맞게 대응해야 하는데, 한 종류의 차로는 어렵다.

 

차문화가 발달한 대만이나 일본에서는 생산적인 측면과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품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차 품종은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 기관과 대학에서 차 품종을 육성하고 있는데도 지자체가 나서서 자체 품종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역의 기후에 맞는 것, 기능성 물질이 많이 함유된 것, 기계화가 용이한 것 등 지역의 실정에 적합한 것을 육성 및 활용하고 있다.

 

보성은 녹차 수도라고 자랑하지만 자체적으로 육성한 품종은 제로(0)이다. 품종 육성을 위한 유전자원 포장도, 육성인력도 없다. 낮 부끄러운 일이다. 보성군에서는 차 품종 육성이 투자 대비 생산성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담양의 딸기 품종 육성 사례를 살펴보았으면 한다.

 

담양군에서는 2000년에 딸기 품종 육성을 위해 연구사 1명을 채용했다. 2015년에는 종자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육성과 지원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결과 담양농업기술센터에서 육성한 딸기 품종이 국내 재배 품종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딸기 품종 로열티가 37억원 가량이 절감되었고, 해외로부터 매년 수 억 원어치의 로열티를 획득하고 있다. 국내 딸기의 해외 수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보성에는 전라남도 농업기술원 산하 차산업연구소가 있다. 이곳에는 차 유전자원이 있다. 그동안 16개의 품종을 만들었고, 8개를 품종 등록했다. 품종 육성 주체를 만들어 적극 협력한다면 단기간에 보성의 기후에 맞고, 보성의 재배 방식에 맞으면서도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품종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보성이 진정한 녹차의 수도가 되려면 경쟁력 있는 보성의 차 품종을 육성하고, 이것을 핵으로 보성 차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키워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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