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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토종감 그리고 남도의 맛과 멋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5-23 16: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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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 우리나라의 감 생산량 순위는 2018년 기준 중국, 스페인에 이어 세계 3위이다. 2017년 기준 353,655톤을 생산했다. 감의 주요 생산국답게 오랜 역사와 다양한 이용문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감은 삼한시대 이전부터 이용해 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감은 곶감, 연시(홍시)용 외에 수정과, 떡 등 식재료로 이용되어 왔다. 풋감의 추출물은 그물과 옷 염색에 이용되었고, 나무는 가구용으로 이용되었다. 남도에서는 감의 종류별 특성을 음식에 이용해 왔으며, 그 것은 남도 종가문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조선 후기 실학의 선구자 위백규 선생의 생가인 장흥 존재고택 옆에는 탈삽감용, 집 뒤에는 곶감용, 그 사이에는 연시용으로 적합한 감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나주 임씨 대종가에서는 8월 제사용 떡에 사용하기 위해 수확기가 빠른 파라시(팔월시) 감나무를 심어서 이용했다. 나주 밀양 박씨 청재종가에서는 조·중·만생종을 심어두고 시기와 용도에 맞게 이용했었다.

 

담양 학봉종가에는 고동시라고 불리는 감이 있는데, 곶감 및 수정과용으로 이용해왔다. 다른 종류의 감으로 곶감을 만들어 수정과에 이용하면 곶감이 풀어지는데 비해 고동시로 곶감을 만들고, 수정과에 이용하면 육질이 단단해서 잘 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동시는 수정과를 만들고 난 후에도 풀어지지 않기 때문에 건져서 먹기도 했다.

 

장흥 오언고택에는 곶감 전용 감나무가 있었고, 영암 구고사(김해김씨 양무공 종가)에는 연시용으로만 이용한 300년 묵은 감나무가 지금도 있다. 이처럼 감은 예로부터 떡, 곶감, 탈삽, 식초, 조청, 수정과 등 다양한 음식 재료로 사용되었다. 조상들은 감 음식에 적당한 육질, 당도, 수확기, 크기 등을 갖춘 감 종류를 식재해 두고 이용해 왔으며, 그것이 남도의 음식 맛을 더욱 맛있게 만들었다.

 

영암 문창집 가옥에는 꼬치감으로 불리는 토종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감은 아주 작아 쓸모없어 보이지만 감나무는 300년 정도 연명해왔다. 함평 이건풍 가옥의 오른쪽에는 200년 정도 되는 감나무가 있는데, 열매는 동전 크기 정도로 작다. 구레 운조루 뒤 그리고 담양 소쇄원 초가정자 옆에는 100년 정도 된 똘감나무가 있다. 이들 감나무에서 열리는 감들은 작아서 이용성이 낮지만 가을을 지나 얼음이 얼고, 눈이 내려도 쉽게 물러지지 않고 주황색을 빛내며 운치를 더해 주는 특징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토종감 개개의 특성을 맛과 멋을 내는데 이용해 왔다. 그 문화는 토종감이 생산성 중시의 식용 감 품종으로 대체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세상이 바뀌어 식용 감 일색이었던 감 시장은 세분화되고, 고부가가치의 신규 용도가 등장함에 따라 토종감과 관련 문화의 복원 필요성이 커졌다.

 

일본은 일찍부터 토종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전자원을 조사했다. 현재 2,500여 종류의 재래종을 찾아냈다. 우리나라는 300여종의 재래종을 찾아냈는데, 경북도에 치우쳐 있다.

 

전남의 토종감은 아직 제대로 분류가 되어 있지 않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배연구소가 9개 시군에서, 경북도 농업기술원 상주감시험장이 6개 시군에서 수집한 재래종 유전자원을 보존하고 있다. 강진, 목포, 무안, 보성, 순천, 신안, 여수, 영암, 완도, 장흥, 진도, 해남지역에도 고유의 토종감이 있을 것인데, 분류가 되어 있지 않다.

 

남도 전통 음식문화 전승과 멋을 잇고, 유전자원의 다양성, 신품종 육성 차원에서라도 미분류 된 토종감을 찾아내고, 보존하면서 시대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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