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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픈 말, 먹자/조기호
  • 기사등록 2020-04-09 21: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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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이었다.
서울 한 복판에서도 떵떵거리던 그가
변두리의 조그만 공장 경비실에
그렇게 돌처럼 눌러 앉아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놓고 마주 앉았는데
푸우 한숨이다.
사는 일이 죽는 만 못 하다 한다.
아내랑 다퉜다고 한다.
여태 머하고 살았냐 했단다.
큰 놈하고 실랑이도 했다 한다.
아부지처럼 안 살테니 걱정마라 했단다.
아내도
자식도 아니,
세상의 밤과 낮이 다 싸늘타 한다.


걸쳐 입은 경비실 제복이 마치 수의囚衣 같지 않냐며
그는 내게 멋쩍게 물었고
탁자 위에 얌전히 놓여진 짜장면은
부드러울 것도 따스할 것도 없는 눈빛으로
그저 무심히
면발만 퉁퉁 불리고 있을 뿐이었다.
 

“먹자….”
아, 내가 건네줄 수 있었던 그 말
짜장면이 아니었으면
나는 끝내 한마디도 못할 뻔 했다.


조기호 【약력】

▪ 광주일보(84) 및 조선일보(90) 신춘문예 동시 당선
▪ 전남시문학상, 목포예술상 수상, 열린아동문학상
▪ 전남시인협회부회장, 목포시문학회장, 목포문인협회장 역임
▪ 동시집 <숨은그림 찾기> <반쪽이라는 말> 외 출간
▪ 「목포문학상」 운영위원
▪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동시창작’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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