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중앙에 결가부좌하고 있는
검은 침묵을 바라본다
강진 탐진강에서 채집했다는
저 돌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본다
수억 겁 물결자국 새겨진 얼굴에서
괄괄괄 계곡물소리 들려오고
거친 물결 박차 오르는 은어의 몸짓과
태양이 머물다 간 자리인 듯
저녁노을이 켜켜이 새겨져 있다
지구를 몇 바퀴나 굴렀기에
모 하나 없는 얼굴이 되었을까
둥근 저 얼굴에서 고행의 길이 보인다
굽이치는 강물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제 모서리를 깎아낸
부처의 대자대비 정신이 엿보인다
수석은 보기와는 다르게 무겁다
티끌 같은 속세의 번뇌 다 떨치고
제 심중만 오롯이 남은 돌 속에
층층이 쌓인 부처의 말씀 들려온다
《약력》
강진 출생, 2015년《인간과 문학》시 등단,
목포문인협회·목포시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