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를 건너가면 새 길이 열릴 거라던
귓속에 맴도는 말이
모래알로 흘러내린다.
뭉크의 절규를 저벅저벅 걸었다
허방에 헛디디고 늪지에 빠진 발
경계가 지워진 곳에
덩그러니 몸만 남아
하얗게 물든 밤과 캄캄한 낮의 시간
그 속에 갇혀서 제자리만 맴돌던,
뭉개진 나를 꺼내어
기억을 두드린다.
* 화이트아웃 : 강설과 산안개로 인해 시계가 하얀색 일색이 되어 원근감이 없어지는 현상.
"시인동네" 2019. 12월호
이송희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과 오늘의시조시인상 등을 수상, 서울문화재단과 아르코 창작기금 받음. 시집 "환절기의 판화" "아포리아 숲" "이름의 고고학" "이태리 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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