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으로 그릇 바닥을 박박 긁으면
뱃속이 더 허전해 꼬르륵 거리던 시절
긴 밤은 추위를 보듬고 막무가내로 들어와서는
짙은 갈색으로 변한 아랫목에 자리 잡고
낡은 솜이불 자락을 들썩이다가
고픈 배를 모른 채하고 떠났단다
너무 배가 고파 잠이 안 오는 날은
손바닥만 한 봉창으로 밖을 내다보다가
어머니를 낳다가 돌아가신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리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단다
먹을 것이 널리는 봄이 빼꼼이 보일라치면
몇몇 동네 어른들은 영영 먼 곳으로 가시고
살아야하는 사람들은 연장을 챙겨
들로 산으로 바다로 나갔단다
배고픈 날 이야기를 가늘게 실눈을 하고
먼 하늘 그리움 가득 담아 쳐다보며 말씀하시더니
이제는 그 그리움 속 별이 되었는데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의 어머니를
어찌어찌 만났으려나
<이종숙 약력>
2003년 등단
시집 『아직은 따뜻하다』 외
목포 문인협회 회원
목포 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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