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비 내리는 목포역에 내린다
온몸에 감기는 이난영의 애절한 가락과 바다 짠내
잠깐 정신을 놓았을 뿐인데 다시 이곳이다
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어 멈춰 선 자리
버리고 싶은 날들이 소스라치듯 놀라
하나둘씩 항구의 등불로 켜진다
혼돈과 멀미, 불안과 고독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얼마나 큰 형벌인가
부둣가 저편에서 들려오는 눅눅한 목소리에 밀려
나의 발걸음은 제 자리를 맴돈다
갈 곳이 없어 헛도는 것은 아니다
뜨겁던 사랑이나 지독한 이별도 물기처럼 사라져
강파르게 마른 채로
걸어가는 사람*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역 앞에서
끝내 생활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역 대합실 의자에 앉아 늦은 시각으로 떠 있다
*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대표 작품.
<김경애/ 약력>
1971년 무안 출생, 2011년《문학의식》등단
문예창작학과 석사,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목포詩문학회 회원, 시집 『가족사진』 『목포역 블루스』
목포문학관 어린이 문학교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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