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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란지위(累卵之危) - 남북관계는 대화와 타협-
  • 기사등록 2017-05-27 13: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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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 중국의 위진남북조 시대 위(魏)나라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생사의 기로에 섰다가 겨우 목숨을 보전한 범저(范雎)는 이름을 장록(張祿)으로 바꾸고 은둔의 생활을 하다 위나라에 다녀가는 진(秦)나라 사신 왕계(王季)의 도움으로 극적인 망명을 하게 된다.

 

왕계는 진왕에게 “위나라에 장록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으며, 그가 말하기를 진나라는 알을 높이 쌓아 놓은 것보다도 더 위험하지만 자신을 얻으면 비로소 안전하게 될 수 있다하였습니다”고 천거한 이후 범저는 진나라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된다.

 

냉정한 자세로 5차 핵실험을 마친 북한과 지구상에 최후로 남은 분단국의 형태로 군사적 대치중인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다 보면 참으로 범저가 최초로 표현을 하였던 누란지위가 틀림이 없어 보인다.

 

휴전선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서울과 경기, 강원일원에는 남한의 인구 절반 정도가 살아가고 있는데 지역마다 거미줄처럼 도시가스의 관이 퍼져 있고, 다가구 건물의 벽을 따라 가스를 품은 관이 핏줄처럼 지나고 있으며, 더구나 독립가구에는 최소한 1통 이상의 프로판가스가 비치되어 있다.

 

그나마 도시 곳곳에 경유와 휘발유, 가스의 저장 탱크를 수도 없이 묻어두고 인화성 물질을 가득하게 채워 놓은 것도 모자라 도로에는 벌떼 같은 차량들이 엔진에 불을 붙여 천방지축으로 내달리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하여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은 일견 일리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막상 날아드는 미사일과 장거리 포탄까지 완벽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확신은 얻을 수가 없다.

 

만약 우리의 영토에서 분쟁이 일어난다면 주변 4대국이 힘을 기울여 방어를 한다 해도 결국에는 우리의 국토와 국민만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고 영원한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등 뒤에 섶을 지고 상대방이 언제든지 도발을 하면 단호하게 응징 하겠다고 큰 소리를 치며 한순간의 근심을 털어내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인 것이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언제든지 적의 도발에 철통같은 대비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만약에 닥칠지도 모르는 불행을 방지하기 위하여 되도록 상대방에 대한 자극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2006. 10. 9. 북한의 최초 핵실험 이후, 2007. 2. 13. 주변 4대국과 당사자인 남북이 모여 6자 회담을 통하여 지혜를 모아 영변 핵 원자로 폐쇄 및 불능화 합의와 함께, 2007. 7. 15. 북한이 영변 핵원자로를 스스로 폐쇄한 적이 있다.

 

위 조건으로 남한을 비롯한 5개국은 에너지자원의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에 매년 중유 약 100만 톤을 지원하기로 하였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북한의 핵시설과 제조 능력의 폐쇄를 목표로 하였던 6자 회담은 일본이 자국의 납치인 문제를 내세워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나머지 국가들이 부담을 회피하면서 결국에는 유야무야 되었다.

 

물론 북한의 무리한 요구도 한몫을 하였지만 그래도 극도의 위험요소가 제거된 상태에서 상호간에 대화가 통하여 순간의 평화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이 시점에서 북한의 핵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주변 4대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개발 능력과 자원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대함에도 자신들의 문제는 논외로 두고 북한에만 완전한 핵 폐기를 종용하는 형국은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일본에 이미 배치된 사드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가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만을 문제 삼는 중국의 태도나, 중국의 소림사 밑에 지하 핵 요새를 구축하여 내놓고 자랑하고 있는데도 모르는 채 북한의 핵에 대해서만 집착하는 미국의 태도 또한 문제가 있다.

 

더구나 해마다 봄철이 되면 미군과 한국군이 공동으로 벌이는 대규모 군사 훈련에 대하여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을 유엔에서는 안보리를 소집하면서 정상적인 훈련에 도발을 한 것이라 규정하고, 북한은 먼저 도발을 하니 대응하여 실험을 한 것이라 주장한다.

 

시도 때도 없이 천방지축 미사일을 발사해대는 북한이 물론 잘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북한의 경제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갖춘 중국이 북한의 핵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인 성의를 보이지도 않으면서 북 핵을 방비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사드의 배치를 당하는 우리에게 경제적인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은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전 세계를 향하여 자유무역주의를 부르짖으며, 사드 배치의 주체인 미국, 일본에는 일체 함구하면서 남한만을 탓하는 것은 마치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쳐다보는 것과 흡사한 양상인 것이다.

 

요즈음 형법상 간통죄의 폐지로 인하여 남녀 간의 관계가 상당히 복잡해 졌는데 누구는 불륜이라 하고 누구는 로맨스라 주장하는데, 길가에 침을 뱉으면 과태료라도 있지만 간통은 처벌도 없으니 국가에서 허락한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논리의 비약이 무섭기도 하거니와 국제사회가 힘의 논리에 의하여 정의가 좌우되는 이기적인 현상들 앞에서 과연 우리 민족의 장래를 무작정 주변국에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진실로 외교적인 난관에 봉착할 경우 역발상으로 오히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과 요새의 위험성을 지적하여 폐기나 감축을 요구하거나 미국이 배치하려는 사드는 미흡하니 우리도 핵무장을 서둘러야 한다는 등 진취적인 자세로 형편에 따르는 진퇴를 하다 보면 외교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남북 간의 활로를 스스로 열어 최소한 민족의 중대한 운명에 대해서는 우리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야할 뿐 아니라, 국민들은 지난 촛불 집회에서 보여준 응집력을 전 세계에 과시함과 동시에 한민족의 강건한 기상으로 남북화해를 통한 공존공생의 평화통일로 나아가는데 적은 힘이라도 하나로 뭉쳐야 할 것이다.

 

선제공격으로 적을 사전에 궤멸시킨다는 무력적인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주장은 마치 상대방이 죽더라도 나만이라도 불구자로 처절하게 살아보겠다는 미흡한 생각일 뿐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민족의 미래를 위하여 끈질긴 인내와 설득으로 양보하고 한 핏줄 동족으로써 적대적인 대치상황을 평화공존의 대타협으로 어둠속에서 끌어내는 일은 오로지 대화를 통한 인도적인 대응만이 상책임을 다시금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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