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전자발찌는 만능인가
  • 기사등록 2016-07-01 13:38:54
기사수정

지난달 16일 일어난 서울 강남아파트 60대 여성 살해범이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자발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 되었다.

 

전자발찌를 채우면 재범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전자발찌제도는 도입되었다.

 

비록 전자발찌가 제도시행 이전보다 재범률을 약 8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고는 하나 아직도 국민적 기대감에는 많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오래전에 흥행했던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이전에 그들을 검거하여 사회로부터 그들을 영원히 격리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많은 두려움과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우리의 전자발찌가 그와 같은 사회방위 역할을 감당할 수는 없을까? 전자발찌제도에 거는 국민적 기대감은 그 영화와 같은 수준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는 전자감독시스템은 전자발찌 부착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24시간 동안 감시받고 있음을 부착자에게 인식시켜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검거된다는 심리적 억제감을 통해 범행동기를 차단하려는 형태이다.

 

만약 전자발찌 부착자가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처벌을 각오하면서까지 막무가내로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24시간 동안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재범예방의 태생적인 한계점을 지닌다.

 

이러한 기계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음주여부나 맥박, 비명소리 등 외부 정보를 감지하고 범죄 징후를 사전 예측하여 범죄를 예방하려는 ‘지능형 전자발찌’의 도입 노력도 있지만 범죄인의 관리에 있어 영원히 감독과 감시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범죄인의 행동통제를 위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이들의 잘못된 성 관념이나 환경을 개선하며 개개인의 심리치료 등을 통하여 이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보다 더 강조되고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보호관찰소 현장에서는 전자발찌 대상자에 대한 심리치료와 성행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인간 존엄성에 대한 믿음과 비심판적인 태도로 그들과 함께 여행하고, 식사하며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목욕도 함께하는 ‘동반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올해 초부터는 심리상담전문가와 주1회, 최소 월 2회 1:1 개별심리치료를 실시하여 그들 내면의 문제점을 토로하도록 하고 있다. 때로 자기방어가 심하거나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대상자에 대하여 카드놀이나 모래놀이 등 매체를 활용하는 개별특성을 반영한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전자발찌제도의 최 일선에 서 있는 사람이 보호관찰관이다. 사회 내에서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 등으로 이리 저리 내몰리고,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은 그들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인력부족으로 보호관찰관 1인당 20여명의 대상자를 관리하며 그들의 재범방지를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는 보호관찰관에 대해 사회적 관심은 전자발찌에 비해 훨씬 덜한 것이 사실이다. 전자발찌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를 집행하는 보호관찰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전자발찌 부착자들도 우리와 함께 사는 소중한 이웃이라는 인식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으로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이 통합적으로 융합할 때 전자발찌 제도의 효과는 극대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이상목 법무부 광주보호관찰소 특정범죄자관리과 책임관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16750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포토] '질서정연하게'…입장하는 8만 성도들
  •  기사 이미지 [포토] 청주교회 앞 열 맞춰있는 ‘8만’ 성도들
  •  기사 이미지 서구, 제26회 서창 만드리 풍년제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